미국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 출신 인사는 전체 은퇴자의 1% 미만이다. 그만큼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관문이 좁다는 방증이다. 역대 최다인 4천256 안타를 기록한 피트 로즈는 명예의 전당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감독시절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영구제명된 때문이다. 통산 홈런 762개를 친 배리 본즈와 354승, 탈삼진 4천672개, 사이영상 7회 수상에 빛나는 로저 클레먼스도 지난 2월 마지막(10번째) 도전에 나섰으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금지약물 복용 이력이 꼬리표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는 매년 투표를 통해 명예의 전당 입회자를 선정한다. 득표율이 75%를 넘어야 한다. 빼어난 성적을 남겼더라도 인성 점수가 낮으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더 높아진다. 약물 복용과 음주운전, 성폭력은 치명타가 된다. 사생활이 복잡하고 심판에게 대들거나 집단 싸움을 주도하는 등 말썽을 일으킨 선수도 불이익을 받는다. 투표에 의존하다 보니 객관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나 MLB는 선정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
메이저리거 출신 강정호가 이르면 내년 시즌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 소속 선수로 복귀한다. 키움은 지난주 강정호와 입단 계약 사실을 발표하고 KBO(한국야구위원회)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 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이던 2016년 말 서울 강남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강정호는 취업비자 문제로 고전하다 2019년 팀에서 방출됐다. 2020년 4월 KBO 리그 복귀를 희망했으나 1년 '유기 실격' 징계를 받았다.
팬들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허구연 KBO 총재는 오는 3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선택을 하든 찬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으로, 선수 출신 신임 총재의 중재안이 궁금해진다.
출범 40년을 맞은 KBO 리그는 명예의 전당이 없다. 부산 기장에 전당을 짓기로 했으나 기약도 없이 늦어지고 있다. 프로스포츠이나 선수들이 돈보다 명예를 더 중시한다면 어지러운 프로야구계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다. 전당이 생기더라도 3차례 음주운전 이력 선수가 입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다만 속죄하는 마음으로 뛰어난 기량을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라면 기회를 줘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