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가 시민의 평균적 여론과 유리된 채 진행한다면 이 문제가 윤석열 정부 초기의 국정 동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인 오는 6월1일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란 주민자치정치의 의미가 크지만 회고적 투표로서 정권평가의 의미를 갖는다.
정권 출범 후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시점에 치러지는 선거는 결정적 잘못이 없는 한 비록 승리한 쪽에 표를 던지지 않았던 유권자도 새로운 정권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줄 개연성이 높으므로 집권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얼마든지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다. 민심이 얼마나 이슈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지는 이번 대선에서도 입증이 됐다.
시민 소통·제왕적 권력 탈피, 尹 당선인 의지
여론 살피거나 현 권력과 협의 흔적 안 보여
시민과 소통하고 제왕적 권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는 여러 번 천명됐고 그 일환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선의의 목적과 의도가 반드시 해피엔딩을 결과하지만 않는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도 노정됐다. 윤 당선인이 광화문에서 용산으로의 집무실 변경에 관해 여론을 살피거나 현재 권력과 협의한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 타파와 소통을 강조한 공약과 썩 잘 조응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다수 지배의 원리가 구현되는 통치체제다. 청와대 이전이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혁파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에 정치사회의 큰 이견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다. 안보의 심장을 옮기는데 졸속으로 비치는 단기간의 계획은 군사작전을 연상케 하는 속전속결의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신구 권력의 갈등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긴 하다. 워낙 상호 케미가 맞지 않는 정치세력간의 정권교체인 데다가 1%p도 안 되는 표 차이가 이를 더욱 노골화시킨 면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권의 인수인계를 정파의 감정이 노출될 정도로 진행하는 것은 두 정치세력 모두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파이기주의와 정치적 부족주의(部族主義)에 매몰된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특정 사안 '갈등 고조' 손해는 결국 집권측
더구나 지방선거 野 공격포인트로 치명적
대통령 집무실 이전, 그것도 안보의 컨트롤 타워로 옮기는 일은 현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치가 없으면 실행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국회의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집권여당 및 청와대와 협의 없이 발표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만하다.
이유가 어찌됐든 특정 사안이 극단적인 정치쟁점으로 치환되어 정당간 갈등이 고조되면 손해 보는 측은 결국 집권측이다. 게다가 집무실 이전 이슈가 지방선거 때 거대야당의 공격 포인트가 돼서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면 윤석열 행정부로서는 임기 초반부터 통치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치명적인 사안이다.
청와대 이전이 제왕적 대통령을 벗어나는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명징하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조치들을 수반해 나가면서 집무실 이전과 병행해 나가고 이 과정에서 언론, 시민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윤 정부의 앞날이 순탄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쇠고기 파동을 가볍게 다루다가 낭패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