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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던 17대 대선과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을 제외하고 대선은 항상 박빙으로 결론났다. 15대 대선은 1.5%p 차인 39만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고, 16대 대선 역시 2.3%p 차인 57만표 차이에 불과했다. 20대 대선 결과가 0.73%p 차인 24만표 차이에 불과한 것을 감안해도 선거 직후 신구 권력의 파열이 전방위에 걸쳐 여과없이 노출된 적은 없었다. 여러 사안 중에 역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가 갈등의 발화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이 어렵사리 성사되어 문 대통령이 이전 예산 협조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난관이 많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가 시민의 평균적 여론과 유리된 채 진행한다면 이 문제가 윤석열 정부 초기의 국정 동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인 오는 6월1일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란 주민자치정치의 의미가 크지만 회고적 투표로서 정권평가의 의미를 갖는다.

정권 출범 후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시점에 치러지는 선거는 결정적 잘못이 없는 한 비록 승리한 쪽에 표를 던지지 않았던 유권자도 새로운 정권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줄 개연성이 높으므로 집권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얼마든지 다른 결론이 날 수도 있다. 민심이 얼마나 이슈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는지는 이번 대선에서도 입증이 됐다.  


시민 소통·제왕적 권력 탈피, 尹 당선인 의지
여론 살피거나 현 권력과 협의 흔적 안 보여


시민과 소통하고 제왕적 권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는 여러 번 천명됐고 그 일환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선의의 목적과 의도가 반드시 해피엔딩을 결과하지만 않는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도 노정됐다. 윤 당선인이 광화문에서 용산으로의 집무실 변경에 관해 여론을 살피거나 현재 권력과 협의한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 타파와 소통을 강조한 공약과 썩 잘 조응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다수 지배의 원리가 구현되는 통치체제다. 청와대 이전이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혁파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에 정치사회의 큰 이견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이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다. 안보의 심장을 옮기는데 졸속으로 비치는 단기간의 계획은 군사작전을 연상케 하는 속전속결의 느낌마저 들기 때문이다.

신구 권력의 갈등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긴 하다. 워낙 상호 케미가 맞지 않는 정치세력간의 정권교체인 데다가 1%p도 안 되는 표 차이가 이를 더욱 노골화시킨 면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권의 인수인계를 정파의 감정이 노출될 정도로 진행하는 것은 두 정치세력 모두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파이기주의와 정치적 부족주의(部族主義)에 매몰된 행태라 아니할 수 없다.

특정 사안 '갈등 고조' 손해는 결국 집권측
더구나 지방선거 野 공격포인트로 치명적

 

대통령 집무실 이전, 그것도 안보의 컨트롤 타워로 옮기는 일은 현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치가 없으면 실행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국회의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집권여당 및 청와대와 협의 없이 발표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기만하다.

이유가 어찌됐든 특정 사안이 극단적인 정치쟁점으로 치환되어 정당간 갈등이 고조되면 손해 보는 측은 결국 집권측이다. 게다가 집무실 이전 이슈가 지방선거 때 거대야당의 공격 포인트가 돼서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면 윤석열 행정부로서는 임기 초반부터 통치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치명적인 사안이다.

청와대 이전이 제왕적 대통령을 벗어나는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명징하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조치들을 수반해 나가면서 집무실 이전과 병행해 나가고 이 과정에서 언론, 시민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윤 정부의 앞날이 순탄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쇠고기 파동을 가볍게 다루다가 낭패한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