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잘못된 선택으로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형기를 마치고 새 출발을 다짐한 출소자들이 다시 마주하게 되는 사회는 아주 냉혹할 수 있다. 범죄 전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낙인 등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일자리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형사 처분이나 보호 처분을 받은 사람 중 자립을 위한 주거와 취업 지원 등이 필요한 법무보호대상자들의 채용에 힘쓰는 인천의 한 기업이 있다. 방음문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태광방음문'이다.
태광방음문 조성수(가명·35) 대표는 10대 시절 함께 운동했던 친구들과 잘못된 길에 빠져 2년 동안 소년원에서 생활했다. 당시 조 대표의 마음을 다잡아준 이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애지중지 키워온 외할머니였다. 조 대표는 어느 날 소년원 안에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큰 슬픔에 잠긴다.
"공부는 안 해도 되니까 사람들에게 피해는 주지 마라." 할머니가 항상 해주던 말을 떠올린 조씨는 소년원 생활을 마친 뒤 할머니 산소 앞에서 새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여러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던 조씨는 한 방음문 제조업체에 들어가 자리를 잡게 됐다. 그곳에서 용접 기술을 처음 접했고, 문틀 만드는 법도 배웠다. 자립을 결심한 그는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태광방음문을 2016년 설립했다.
회사 대표도 2년동안 소년원 생활
외조모 별세소식에 마음 고쳐 먹어
현재까지 법무보호대상 7명 채용
태광방음문은 2019년 11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하 법무보호공단) 인천지부와 '고용협력기업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법무보호대상자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태광방음문이 채용한 법무보호대상자는 7명이다.
출소 후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을 법무보호대상자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조 대표의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조 대표는 "과거 회사에 다닐 때 거래처를 가면 먼저 살갑게 다가가도 선입견을 품고 의도적으로 피한다거나 심할 때에는 예전 일로 욕을 하기도 해 마음속 응어리가 있었다"며 "법무부가 법무보호대상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 알아보다가 법무보호공단 인천지부와 연결됐다"고 말했다.
법무보호공단 인천지부는 조 대표의 공로를 인정해 올해 처음 도입한 '아름다운 동행기업' 1호 기업으로 최근 태광방음문을 선정했다.
조 대표는 "고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조금은 억울하게 형을 살다 온 법무보호대상자들도 있다"며 "앞으로도 법무보호대상자를 채용하면서 이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