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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언제부터 경작을 시작했을까. 고고학과 식물지리학에 따르면, 약 1만1천년 전부터 곡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일대의 서남아시아 지역, 이른바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가 그곳이다. 가장 오래된 재배식물은 학명 트리티쿰(Triticum) 속에 해당하는 밀과 보리 그리고 완두 등인데, 이들을 기초곡물(founder crops)이라 한다. 지금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주변에서 시작된 옥수수를 포함해서 밀과 콩을 3대 곡물이라고 한다. 밀은 풍부한 전분 외에 글루텐이라고 하는 단백질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빵 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기에 적합하다. 옥수수는 주요 식량이자 사료로, 콩 또한 기름과 깻묵 등 원료로 쓰이는 작물이다.

그러면 우리는 언제부터 농작물을 재배했을까. 우리는 신석기 시대부터 농경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달돌칼이 출토된 부여 송국리를 비롯해서 부산 동삼동과 창녕 비봉리 그리고 평양 남경 등 한반도 전역에서 조와 기장 등 다양한 곡물들이 확인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반도의 농경 시작 시기를 1만7천 년 전까지 올려 잡고 있기도 하다. 재배식물의 존재가 왜 중요한가 하면 인간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일대 사건일뿐더러 이후 국가와 문명의 형성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먹고사는 문제의 핵심이기에 더 그렇다.

올해 곡물 수급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요소수 사태에서 촉발된 비료값 폭등 같은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주요 곡물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2020년 기준 92.8%이며, 식량 자급률은 45.8%로 매우 취약하다. 우리의 경우 밀의 자급률은 0.8% 정도로 전량을 거의 다 수입에 의존하는데, 주요 밀 수출국들인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며 옥수수 또한 비료 문제로 생산량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식량문제나 석유 등 주요 전략물자들 그리고 인플레이션 같은 경제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총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