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린이집도 다니고 학교도 가야 할 텐데…." 어디서도 우리 아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조급함에 아이를 데리고 치료실을 순회했습니다. 특수학교에 진학해서도 방과 후에 쉬지 않고 치료실을 다녔고,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어려서부터 서울대 진학을 준비하는 시간표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차츰 특수치료를 위한 지원이 생기고 혜택도 다양해졌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었고 한편으론 우리 아이가 성인기에도 자립을 못해서 세금 혜택을 받기보다는 자기 몫의 일을 해서 근로소득세를 내기를 바랐습니다. 평생 사회의 공적 부조에 기대어 사는 아이가 아니길 바랐습니다. 대부분의 장애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저와 같을 것입니다.
돌아보면 좋은 치료나 좋은 선생님을 찾아서 아이를 진일보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매달렸는데 그런 십 수년간의 과정에서 아이에게 안정감과 믿음을 주지 못했던 것이 가장 후회됩니다. "너는 부족하니까 못하니까 더 잘해야 되니까…. " 아이는 얼마나 버거웠을까요! 긴 시간 저 자신의 힘겨움을 이겨내느라 깊은 단전 호흡과 명상을 하고서야 아이의 버거움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제게도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이 왔습니다.
"도현아 다 괜찮아, 너는 그 자체로 온전해. 그리고 늘 열심히 따라주었어. 네가 내 인생에 선물로 왔지. 엄마에게 남다른 고난도 공부를 시키기 위한 스승이었는데 내가 몰랐다. 또 어쩌면 이번 생에 지구에 편히 쉬러 온 건데 엄마는 네가 또래들보다 뒤처졌다고 여겨 너무 닦달을 했구나.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욕심 채우려던 마음도 있었던 거야 지금까지 엄마도 너도 최선을 다해왔어. 아들아 고맙고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우리는 누구나 가진 것, 타고난 것이 다 다르지만 각자가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만나면 최선을 다해 극복하고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서로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보이지 않는 개개인의 노력을 알아봐 준다면 훨씬 포용력 있는 시선들을 나누게 되겠지요. 실제로 큰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평범하게 말을 걸어주는 이웃분들이 가장 힘이 되었답니다.
이처럼 장애인 당사자들 축에서는 교육과 훈련으로 사회에 합류하려고 노력합니다. 25세, 30세 넘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과 상생을 가르칩니다. 또 다른 한 축이 정부 복지주관부서와 지자체의 지원인데, 자립과 상생이라는 방향으로 입법과 시행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 예로 장애인 통합 교육과정과 시설들을 더 늘렸으면 합니다. 가까이 주민센터의 문화 강좌들도 장애인들을 위한 강좌는 거의 없습니다. 또 장애인 의무고용도 벌금으로만 하지 말고 실질 고용을 유도하여 시간이 길게 걸리더라도 결국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게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직장이라는 곳에 출퇴근을 하고 동료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며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합니다. 아이가 평생토록 받고만 살지 않았으면 한답니다.
마지막 세번째 축은 사회 전반의 이해입니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가 참 세련되어져서 아이의 서투른 행동에도 편안한 응대를 받곤 합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단지 장애아 부모로서 장애 인식과 처우 향상에 대해 적어봤습니다. 온정으로 지켜봐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장애복지를 챙겨주는 정부에도 감사합니다. 저는 재정적 지원은 덜 받더라도 사회적 배려는 조금 더 받으면서 자립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물심양면의 통합된 정책을 바랍니다.
4월2일은 세계 자폐인의 날입니다. '블루라이트를 켜요'라는 상징적 구호로 자폐인에 대한 이해와 상생을 호소하는 날입니다. 다 같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 4월2일에는 블루라이트를 기억해 주세요.
/정미경 발달장애 아들과 살아가는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