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전미술문화재단은 2022년 월전미술문화재단 선정 지원작가 초대전으로 '이길원(李吉遠)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화 장르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작가를 소개하는 월전미술문화재단 선정 지원작가 초대전의 일환으로, 중진 한국화 작가 이길원의 근작을 선보인다. 그간 한국화의 기본 재료인 먹을 추상적 표현방식으로 개척해 오며 그 지평을 넓혀온 이 작가의 독창적인 최근작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 작가의 근작은 과거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색의 효과가 두드러진다. 커다란 화면을 격자형으로 세분해 먹의 우연성을 통제하던 기존의 방법을 버리고 크고 분방한 붓의 움직임과 흩뿌림을 이용해 화면을 만들었다.

또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로 일관했던 작품의 형태도 달라졌다. 원형 작품의 비중이 두드러지게 많아졌으며, 사각형 형태의 작품들 가운데에도 내부에 원형의 형상을 지닌 경우가 많다. 다방면으로 변화를 모색한 작가의 실험 의지를 시사해준다. 완성형에 가까웠던 작품의 방향성을 크게 바꾼 것이다.

기존의 작품들은 붓의 효과보다는 먹의 효과가 강조된 것이었다. 먹의 물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이를 잘 통제하여 얻은 화면이었다.

반면 근작들의 경우 붓의 움직임에 따른 선과 점의 표현이 주목된다. 언뜻 이전의 작품들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격자형 구성의 작품들조차 먹과 색의 선과 점이 중요한 조형요소가 됐다. 여기에는 동아시아 회화의 근원적 미감을 되살리려는 이 작가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의도가 작용했다고 본다.

분방하고 불균일한 선과 점, 강렬한 채색과 둥그런 형태가 결합된 화면은 이전에 없던 약동하는 생명력과 기운을 감지케 한다. 멈춰있는 화면이지만 움직일 듯한 동세와 묘한 입체감이 느껴진다. 전시는 오는 13일부터 26일까지 한벽원미술관에서 작가의 근작 40여 점이 소개된다.

이천/서인범기자 si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