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구의 아들 살해 자백한 70대 노모, 항소심서도 무죄

법원 입구 모습. /경인일보DB

70대 노모가 거구의 50대 아들을 목 졸라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나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는 1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A(78)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4월 인천 미추홀구의 자택에서 아들 B(사망 당시 50세)씨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린 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112에 직접 신고하며 "아들의 목을 졸랐다"고 자백했고, 법정에서도 자신이 아들을 죽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70대 할머니인 피고인이 키 173.5㎝에 몸무게 102㎏으로 건장한 B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자백과 관련해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가족을 보호한다는 등의 여러 명목으로 허위 진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A씨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생겨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도 마찬가지로 "원심에서 제기한 의문 중에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게 남았다"며 "범행 당시 현장에 피고인과 피해자만 있었고, 공소사실과 같은 구체적 범행이 이뤄졌다는 게 진실인지에 대한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피고인이 있다"며 "피고인에게는 '내가 아들을 죽였다'는 말을 법원이 믿지 않고 딸을 의심하면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교도소에서 몇 년을 사는 것보다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판결을 마쳤다.

/김태양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