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부 시즌2'를 기대하세요."
서양화가 고제민(62) 작가는 인천을 그린다. 그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10년 동안 인천의 모습을 집요하게 캔버스에 담아왔다. 항·포구, 섬, 구도심의 골목길 등 고향 인천의 모습을 꼼꼼히 관찰하고 캔버스에 옮겨 전시를 열었다. 또 4권의 작품집도 펴냈다. 토박이인 그에게도 지난 10년이라는 작업 기간은 인천을 다시 천천히 공부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는 19일까지 인천 구월동에 있는 'KMJ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고제민 작가의 초대전 '여여(如如)한 풍경'은 그동안의 전시와 다르다. 캔버스에는 인천의 모습이 아닌 서울 인왕산과 그 주변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인천을 그린 그의 기존 작품과 비교하면 구성적인 요소도 훨씬 옅어졌고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던 작품의 분위기도 한결 더 편안하고 따뜻한 톤으로 바뀌었다.
기존과 달리 서울 주변의 풍경 많아
기존과 달리 서울 주변의 풍경 많아
토박이 작가로서의 의무감서 벗어나
다가올 10년 더 깊이있게 공부할 것
고 작가는 "안 그래도 (관람객으로부터) 더 이상 인천을 그리지 않기로 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잠시 붓과 캔버스가 외출을 다녀온 것일 뿐, 내 작업의 주제는 여전히 '인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감염병에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주자는 취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겸재 정선이 동무 이병원의 쾌유를 빌며 '인왕제색도'를 그렸듯, 그도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소박한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감염병에 지치고 힘든 이들'에는 작가 자신도 포함된다. 고 작가는 많은 사람과 활발히 관계를 맺으며 떠오르는 생각을 바탕으로 작업을 해 왔는데, 코로나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나의 오감(五感)도 정지됐다는 느낌이 들어 붓을 잡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전시에 화사한 봄빛을 담아냈다. '편안함', '자연', '치유' 등이 주요 키워드였다. 토박이 작가로서 켜켜이 쌓인 인천의 지층을 화폭에 담아내야 한다는 의무감과 부담감, 책임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던 시간이었다.
그는 "이번 잠깐의 외출로 마음도 치유됐고 시선에도 변화를 줄 수 있어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며 "나를 새롭게 단련시키는 과정이었다"고 정리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이제 다가올 10년 동안 더 새롭게 인천을 담아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인천을 그리는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결국은 인천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전시는 19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전시는 19일까지 이어진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