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1시 무렵 경의중앙선 양평역 인근 KB국민은행. 은행 앞에서 만난 A(87)씨가 자전거를 세우며 이같이 말했다. 양평교 건너 동네에 산다는 그는 "주거래 은행이 KB국민은행인데 집 근처에 은행이 없다"며 "강 건너편에도 은행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평군 면적은 877.7㎢로 경기도 시·군 중 1위로 가장 넓다. 지난 2월 말 기준 양평군 주민등록 총인구는 12만2천641명으로 지난해 12월 말(12만2천539명) 보다 102명 늘었다. 면적은 도내에서 제일 넓고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은행 점포 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시중은행 5곳과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이른바 예금은행 영업점은 양평군 전체를 통틀어 단 3곳에 그친다. KB국민은행 영업점 1곳과 NH농협은행 영업점 2개 뿐이다. 시중은행 중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은 영업점이 없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아닌 은행을 이용하려면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야 한다. 신한은행을 이용하는 양평군민은 남양주시까지 가야하는 것이다.
KB국민 1곳·NH농협 2곳 '태부족'
다른 은행 이용하려면 원정 나서야
지역 고령화 가속화 속 '불편 호소'
군민들의 불편이 클 수밖에 없다. 양평읍에 거주한다는 B씨는 "주거래은행이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이 아닌) 다른 곳이다. 돈을 (KB국민은행이나 NH농협은행에서) 입·출금하려면 수수료가 붙는다"며 좁은 은행 선택권에 볼멘소리를 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돼 은행들이 영업점을 줄이는 추세인 만큼 지역사회에선 그나마 있던 영업점도 사라질까 걱정이 크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는데 지역내 고령화가 가속화돼 불편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져서다.
2018년 기준 60대 이상 양평군민은 3만8천327명으로 양평군 전체 인구의 3분의1에 달했다. 영업점 수가 많은 대도시 지역에 비해 주민들의 금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영업점이 사라지면 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노인들의 창구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군에서도 뾰족한 수는 없는 실정이다. 양평군 관계자는 "기초단체엔 은행 업무와 관련해 관리·감독 기능 자체가 없다"며 한계를 토로했다.
이는 비단 양평군만의 일은 아니다. 연천군 역시 관내를 통틀어 예금은행 영업점이 3곳에 불과하다. 도내에서 예금은행 영업점 수가 가장 많은 성남시(153개)와는 51배 차이를 보인다. 가평군엔 4곳, 동두천시엔 6곳이 있다. 지난해 말까지 7곳이 있던 여주시는 올 1월 신한은행 영업점이 문을 닫았다. 군소도시들의 금융 소외 상황이 심각한 실정이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