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자들은 같은 조건의 남녀에 대해 출산 이전 5년과 이후 10년의 성별 임금격차를 추적했다. 그 결과 '첫 자녀 이전 5년 동안 동등했던' 성별 임금이 10년이 지나자 19.4%로 벌어졌다. 20년 후엔 다소 줄어 18.5%의 차이가 났고 자녀가 한 명 늘 때마다 약 10%포인트씩 성별 격차도 불어났다.
논문의 진짜 흥미로운 대목은 이제부터다. 연구자들은 무자녀 여성과 유자녀 여성, 무자녀 남성과 유자녀 남성에 대해서도 첫 자녀 이전과 이후의 임금을 비교했다. 남성의 임금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여성은 출산으로 인해 23%의 차이가 났다. 즉, 덴마크의 유자녀 여성은 무자녀 여성 및 남성, 유자녀 남성에 비해 20%가량 임금 불이익을 겪는 것이다.
첫 출산을 기점으로 덴마크 여성은 노동시간과 노동시장 참여율, 시간당 임금, 관리직 비율에서 남성과의 차이가 벌어졌다. 반면, 가족친화 직장(1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비중이 높은 직장)에 다닐 비율에서는 남성보다 우위를 점했다. 출산 여성의 상당수가 시간당 임금은 낮지만 무급노동시간을 늘리기 용이한 직장으로 향하는 데 반해 남성은 자녀와 무관하게 시간당 임금이 높고 유자녀 여성이 적은, 보다 경쟁적이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장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가구단위에서 보면, 경력 및 소득에서 피해를 입은 유자녀 여성이 실제 쓸 수 있는 소득까지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남성의 수입도 가구 단위에서 소비된다. 이를 바탕으로 여지껏 인간 사회는 능력이 있음에도 사회진출과 경쟁에서 불이익을 당한 여성들에게 화목한 가족으로 보상해왔다. 그런데 할당제가 능력 없는 여성에게 기회를 준다고 공격하는 'K-능력주의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출산 연령대 기점으로 성별따라
극단화 되는 한국 노동시장은
능력과 무관하게 기회 얻는
남자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덴마크의 연구에서 보듯 남성은 자녀를 가져도 직장에 계속 남아 남성중심사회를 이루며 실력으로 경쟁했다면 여성이 차지했을 지위나 소득을 획득한다. 출산 및 육아가 능력이 떨어지는 남성에게 무더기로 기회를 주는, '불공정 남성할당제'로 기능하는 것이다. 성평등 수준이 가장 높고 노동여건과 복지가 뛰어난 나라에서조차 이러하다면, 노동여건 및 복지가 후진적인 데다 기업이 채용 점수를 조작해 여성을 떨어뜨리는 나라에서는 대체 얼마나 강력한 '불공정 남성 할당제'가 돌아가는 것일까.
단적인 예로,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은 68.7%를 기록하지만 35~39세 여성은 58.6%에 그친다. OECD 대부분의 나라에서 해당 나이대 여성 고용률이 상승세를 보이지만 한국은 가장 낮은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하락폭이 가장 크다. 남성의 경우 25~29세의 고용률은 66.5%로 저조하지만 35~39세는 89.6%로 수직 상승한다. 여성과는 반대로 OECD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승폭이다. 한국의 30대 남성은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임금상승률이 가장 높은 집단이기도 하다. 출산 연령대를 기점으로 성별에 따라 극단화되는 한국의 노동시장은 능력과 무관하게 기회를 얻는 남자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달리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설령 여성에 대한 차별이 타파됐다고 할지라도, 남성중심환경에서 능력에 비해 과분한 기회를 얻는 비제도적 남성할당제가 일소되지는 않는다. 숱한 선진국에서 기회균등을 이유로 여성 할당제를 제도화하는 것은 이 같은 상식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강제적인 기회균등이 절대선은 아니다. 사안별로 강화, 조정, 폐지가 가능하다. 단, 능력만을 보기 위해 할당제를 없애자는 식의 반대는 좁은 시야의 퇴행에 불과하다. 무용한 분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다양한 인재의 기여를 막는 비상식이기도 하다. 우리가 배울 선행국가들의 교훈은 사장되기 십상인 '다양한 재능'들에게 적극적 시정조치로 기회의 문을 넓힐 때, 성과가 미진할 수도 있지만 결국 여러 능력들이 만개하며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제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