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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는 숟가락을 잡을 무렵, 인생 쓴맛을 알게 된다. 왼손을 쓰는 아이를 보는 엄마 아빠 표정엔 근심이 그득하다.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놀라며 오른손으로 바꿔 쥐게 한다. 한없이 자상한 할머니도 무서운 얼굴이 된다. 서럽게 울면서도 처음 겪는 황당함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왼손잡이 가운데 많은 이들이 양손잡이가 된다. 글을 쓰거나 밥을 먹을 때만 오른손이고, 나머지 일상은 왼손을 쓰는 경우가 많다. 부모에 의한 강제교정 효과다. 왼손은 재수가 없다며 놀림을 받고, 때론 장애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오른손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왼손은 불편하고 천한 소수자로 차별 받는다.

"…너라도 날 보고 한번쯤 그냥 모른 척 해줄 수 없겠니.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후략)" 가수 이적의 90년대 히트곡 '왼손잡이' 중 일부다. 수많은 이들과 다른 손을 드는 왼손잡이는 비주류의 상징일 터이다.

생활 속 왼손잡이는 불편과 짜증의 연속이다. 식탁에 앉을 때도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왼쪽 가장자리를 택해야 한다. 1인용 책상은 정상적인 필기가 불가능한 구조다. 낚시용 릴, 가위, 낫은 왼손 용이 드물다. 손목시계는 늘 왼손에 차야 하고, 지퍼는 오른손으로 밀어 올려야 한다. 지하철, 자판기, 버스도 왼손잡이에 우호적이지 않다.

소수라서 좋을 때도 있다. 왼손이 유리한 스포츠 종목이 많다. 오른손은 왼손을 상대하는 빈도가 낮아 불리한 여건이다.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이 그러하다. 야구는 왼손 선수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오른손 타자는 대체로 좌투수에 약하고, 좌타자는 1루까지 가는데 한두 걸음 이득을 본다.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대표적인 왼손 군단이다.

편견과 차별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누군가에게 물건을 건네거나 악수를 청할 때 왼손을 내민다면 무례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왼손은 불결하고 더럽다'는 인식은 비위생적인 화장실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나, 비데를 쓰는데도 희석되지 않는다. 다들 오른손이 옳다(Right)고 한다.

어느 손을 쓰는지는 유전적 요인이 결정적이다. 그런데 한국인 왼손잡이가 5%에서 3%로 떨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