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보건소 공무원 과로사 원인 조사 발표
4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YWCA 강당에서 열린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고(故)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보고회'에서 위원회 관계자들이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2.4.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남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인 35세에 공무원이 된 인천 부평구청 보건소 소속 고(故) 천민우 주무관은 과로에 시달리다 지난해 9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020년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줄곧 보건소에서 일했던 그는 착실히 저축하며 내 집 마련을 꿈꾸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천 주무관은 소탈하고 싫은 소리 한번 못하는 성격이었다"고 전했다.

고인은 생전 부평구청 보건소 코로나19 상황실에서 근무하며 자가격리대상자에 대한 통보나 집단격리시설 점검 등의 업무를 주로 맡았다. 그는 지속되는 코로나19 상황에 지난해 7~8월 초과 근무시간이 100시간이 넘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

늦깎이 임용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
초과근무 100시간 격무에 시달려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천 주무관은 지난해 8월 부평구청 보건소 직원들을 위해 지자체가 마련한 심리지원상담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상담에서조차 "할 일이 많다"며 주어진 상담 시간도 다 쓰지 못한 채 업무에 복귀했다고 한다.

생을 마감하기 하루 전날까지 민원인들의 욕설과 폭언에 시달렸던 그는 "이 나이 먹고 이런 취급을 받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는 말을 동료들에게 남긴 채 지난해 9월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평구청과 공무원 노조 등이 구성한 '고(故)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4일 인천 남동구 YWCA 회관에서 보고회를 열어 고인의 사망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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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YWCA 강당에서 열린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고(故)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보고회'에서 위원회 관계자들이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2.4.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상담때도 "할일 많다" 조기 복귀
위원회 "절망감, 사망의 주원인"


위원회는 천 주무관의 사망 원인에 대해 "천 주무관은 장시간 노동과 민원 스트레스, 신규 업무 등에 시달렸다"며 "이러한 업무를 언제까지 수행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처지에 대한 절망이 사망의 주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책으로 ▲보건소 직원 정신건강관리(상담 서비스 제공 등) ▲노동시간 관리(최대 주 52시간 이내 노동시간 관리, 적절한 대체휴무 부여, 퇴근 이후 업무 관련 SNS 지양 등) ▲중앙정부와 인천시에 강도 높은 정책 건의(인력 채용을 위한 예산 확보, 코로나 관련 일선 공무원 인센티브 지급 요구) 등을 제안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공무원 순직자 62명 중 자살 비율이 16.1%(10명)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무원들의 과로로 인한 극단적 선택을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원회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김민 평등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공무원 사회도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도록 지자체와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며 "공무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과로로 인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