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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협성대 경영학과 교수
암울한 실상 10가지를 꼽았다. 대체 어느 나라 상황일까?

-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더 많은 나라

- 전쟁도 아닌 시기에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

- 출산율이 전세계 198개국 가운데 198등인 나라

- 14세 이하 인구 비율이 전세계 꼴찌인 나라

- 전국 228개 시군구의 46%가 소멸위험지역인 나라

- 2018년 이래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는 나라

- 2020년 전국 초중고 3천834곳이 폐교한 나라

- 2021년 결혼 19만2천507건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인 나라

- 2025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나라

- 2055년 국민연금이 바닥나는 나라

그간 추진해온 국가전략의 총체적 부실과 실패를 접하는 듯하다. 예상대로 위 주인공은 대한민국이다.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스타크 가문의 지침이다. 경험한 적 없는 혹독한 시련이 닥치니 빈틈없이 경계하고 준비하라는 경종이다. 우리에게도 겨울이 곧 닥친다. 사실 인구 문제 만큼 확실하게 예견되는 미래 위기는 없다. 


20년후면 일본보다 늙은 나라 되는
우리로선 초고령 사회 초래에 섬뜩
어떡하든 저출산문제 해결 나서야


한국은 인구수축과 인구절벽을 넘어 '인구 고갈'에 직면해 있다. 비혼이 늘면서 4인 가구에서 출생해 1인 가구로 생을 마감하는 침울한 사회가 됐다. 그럼에도 위정자를 비롯해 국민 다수가 국가 소멸의 위기감을 제대로 공유하지 못한다.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조만간 맞이하게 될 겨울은 상상 이상으로 참혹하다.

'노동력 부족, 소비(내수) 위축, 경제성장률 하락, 병역자원 감소, 기업생산 위축, 중소기업 도산, 세수 감소, 국가재정 악화, 학교(유치원, 초중고, 대학 등) 붕괴, 연금과 보험 등의 재정 붕괴, 사회보장제도 소멸, 병원과 의료체계 붕괴, 지방 소멸 등'.

우리를 위협하는 외부의 적이 아닌 저출산이란 내부의 자멸이 시작됐다. 솔직히 걱정만 한다고 뭣하나 달라지는 건 없다. 하나 누군가(전문가)는 객관적 시각으로 문제의 실상과 본질을 분석하고 예측해 사회에 신호를 보내야 할 책무를 지닌다.

'의사는 셋을 죽여야 비로소 제 몫을 한다'.

이런 신념의 주인공이자 연구 실용화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심장 외과의 카무라. 노화된 심장을 회춘시키는 꿈의 치료법으로 의학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 혼신을 쏟는다. 마침내 카무라는 '펩타이드요법'이란 심장 치료법을 개발하지만, 여기엔 자신도 알지 못한 부작용이 존재한다. 심기능이 극적으로 회복된 노인들이 일정 시간 뒤 심장 파열로 돌연사한다.

이런 치료법의 부작용에 주목한 한 희대의 관료가 있었다. 막대한 의료 재정을 줄여 초고령 사회의 궁극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국민생활성의 사쿠마. 노인에게 고통 없는 죽음을 떠올린 그는 노인말살계획, 이른바 프로젝트 '천수(天壽)'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결국 경찰에 체포되는 사쿠마는 온몸으로 절규한다.

"닥쳐올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무위무책으로 있다간 이 나라는 망한다. 연명치료의 시시비비도 따져보지 않은 채 의료가 무궤도로 발전해 병석에 누워 있는 노인이 넘쳐난다. 얼마나 많은 노인이 돌연사하고 싶어 하는지 아는가?"
 

현역 의사이자 추리소설가인 구사카베 요우(久坂部羊)가 지난 2004년 펴낸 소설 '파열(破裂)'. 이를 모티브로 2015년 NHK에서 동명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한 줄거리다. 20년쯤 뒤면 일본보다 늙은 나라가 되는 우리로선 초고령 사회가 초래할 우울한 단면이 남 얘기가 아니라 더욱 섬뜩하다.

차기 정부 폐지하려는 여성가족부
'출산미래부'로 재편하면 어떨까

저출산은 단순히 아이를 적게 낳아 야기되는 사회문제로 종결되는 게 아니다. 필연적으로 초고령 사회 문제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초고령 사회란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 대비 노년인구 비율이 상승한 게 주요 원인이다. 초고령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어떡하든 저출산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차기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출산미래부'로 재편하면 어떨까. 좌고우면하며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기엔 시간이 별로 없다. 혁명 수준의 발상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