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수원시 중소유통도매물류센터(이하 센터). 직원들도, 상인들도 분주하게 물건을 싣고 있었다. 이곳은 원거리에 있는 도매업체를 이용하기엔 시간적으로도, 비용적으로도 부담스러웠던 지역 수퍼마켓 상인들과 영세 점포 소상공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도매물류센터다.
수원지역 뿐 아니라 인근 지역 상인들도 이곳을 찾아 물건을 도매로 구매해 각자의 가게에서 판매하고 있다. 판매 수수료가 3%대로 저렴하고 취급 상품도 신선식품부터 주류까지 7천여개에 이른다.
이곳은 경기도에 만들어진 1호 센터다. 2003년 동네수퍼 등에서 매일 도매업체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2006년 정부·지자체가 합심해 45억원을 들여 992㎡ 규모의 이곳 수원 센터를 만들었다.
지역 상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곳을 이용하는 상인만 하루에 200명 이상. 매출은 2019년에 300억원대를 찍기도 했다.
수원 센터 성공에 힘입어 2009년엔 의정부시, 2012년엔 안산·김포·남양주시, 2015년엔 광명·부천시, 지난해에는 시흥에 센터가 들어섰다. 수원에는 제2물류센터까지 조성됐다.
'원거리 업체 부담 해소' 목적 설립
인건비 등 고정 비용 도움 못 받아
'빛 좋은 개살구' 운영난에 허덕여
수수료 발생도 전무 '총체적 난국'
지자체는 "지원 계획 없다" 뒷짐만
어느덧 동네수퍼, 영세 소상공인에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지만 정작 센터에선 '빛 좋은 개살구'라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공공 주도로 설립된 센터이다보니 수수료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거의 전무한데다 점포에 대한 물품 배달도 센터 자체 비용을 들여서 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으로부터 인건비와 전기세 등 고정비용에 대한 이렇다할 지원은 받지 못해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수원 센터의 정직원은 총 32명으로, 이들에 대한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매달 수억원에 달하지만 매출이 수백억원이라도 실제 순수익이 거의 없어 고정비용을 메우는데도 버거운 상황이다.
최근엔 기름값이 급등해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런 가운데 도매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수퍼마켓협동조합은 비영리단체여서 중소벤처기업청 등으로부터 센터 운영을 위한 대출도 받을 수 없다. 센터 안팎에서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다.
도내 다른 센터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12년에 설립된 안산 센터 역시 200명가량의 영세상인들이 애용하고 있지만, 현재 센터 인력은 9명 뿐이다. 상인들에게 판매 수수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없는 상황 속, 격무에도 많은 급여를 줄 수 없다 보니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
수원 센터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으로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급여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다보니 1년을 못 채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원시에서 비용을 일부라도 지원해주면 상인들에게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그 상품을 구매하는 수원시민들도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산 센터 관계자도 "센터 내에 신선·냉동시설 설치를 위해 지원을 받는 것도 3년이 걸렸다. 센터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지자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체적 난국이지만 지자체는 뒷짐만 지고 있다. 경기도측은 "운영에 대해선 기초단체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는 "2년 전 공공 일자리 채용을 통해 인력 2명을 지원했는데, 그 이후엔 지원이 없었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없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서승택·윤혜경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