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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재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장
얼마 전 날씨를 소재로 한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이 막을 내렸다. 날씨를 주제로 방송되는 최초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예측하는 기상청 사람들의 애환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서 사랑을 날씨에 빗대어 표현하는 부분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날씨는 변화가 심하고 예측이 어려워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날씨는 생활의 필수조건이다. 출근할 때 입을 옷을 고르는 것부터 산행이나 공사 등의 일정을 정할 때도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최근엔 동네 편의점도 날씨에 따라 매출이 달라 일기예보를 보고 제품의 주문량을 조절한다고 한다. '비오는 날엔 막걸리와 파전'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날씨는 이제 기업경영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날씨는 산업재해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봄철 일터에서 날씨와 관련된 사고는 크게 세 가지로 대표된다.

먼저 강하게 불어오는 돌풍(突風)에 의한 사고다. 봄철에는 지붕 같은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다 순간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에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최근 3년간 지붕공사 중 112명의 노동자가 떨어져 사망했으며, 사망사고는 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건물 도색작업이나 유리창 청소를 하다 임시작업용 의자인 달비계에서 떨어지는 사고도 적지 않다. 지난해 사망자 13명 중 9명이 3~5월에 발생했다. 안전보건공단에서는 봄철을 맞아 '지붕공사 추락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지붕 추락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난간과 작업 발판을 설치해야 한다. 달비계 작업 시에는 작업로프와 구명줄을 별개의 고정점에 단단히 묶고, 로프와 안전대 결속점에 풀림 방지 조치를 해야한다. 로프와 벽·난간이 접촉하는 곳에는 마모방지 보호대도 설치해야 한다.

다음은 환절기 높은 기온 차에 의한 건강장해다. 봄철에는 일일 기온차가 심해 갑자기 기온이 떨어질 경우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이때 과도한 육체적 노동을 할 경우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일교차가 1℃ 증가할 때마다 총 사망률이 0.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뇌심혈관계질환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근로자의 경우 3월 발생자가 연간 월평균 보다 11%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은 질환자는 일교차가 심한 날 건강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봄철에는 미세먼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 미세먼지에 오랜기간 노출되면 기관지염, 천식, 폐기종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밖에서 작업을 할 때는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마스크착용을 생활화해야 한다.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면 휴식시간을 갖거나 작업일정을 중지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춘곤증(春困症)에 의한 사고다. 춘곤증은 갑작스런 기상변화로 나타나는 생리적 부적응현상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졸음과 신체의 피로감, 집중력 저하, 식욕부진 등이다. 이로 인한 사고 발생도 증가한다. 봄철에는 특히 졸음운전 사고와 감김과 끼임사고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감김과 끼임사고는 작업시작 후(오전 10시, 오후 2시)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춘곤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과 가벼운 운동, 규칙적인 식사와 함께 운전이나 작업을 할 때는 안전을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봄철에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다양하다. 수시로 변하는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일터에서 안전과 건강을 관리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하지만 비가 올 때 우산을 준비하여 비를 피하는 것처럼 그동안의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전을 꼼꼼하게 챙긴다면 봄철 사고도 막을 수 있다. 날씨가 풀린다고 안전까지 풀려서는 안 된다.

/고광재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