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워싱턴 포스트'는 설문조사 끝에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기즈칸(成吉思汗, 1162~1227)을 꼽았다. 65년의 생애 기간 동안 46년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그는 기마부대를 이끌고 40여개국, 700여 민족의 영토 777만㎢의 방대한 지역을 점령했다. 이는 로마군이 400년 동안 정복한 것보다 더 많고 넓은 미증유의 정복전쟁이었다. 전성기 몽골제국은 3천만㎢로 현재 중국 영토의 3배, 북미와 중미를 다 합한 면적보다 큰 것이었다.
칭기즈칸이 이 같은 엄청난 위업을 달성해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압도적 무력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그보다는 관용과 상식이 칭기즈칸의 무기였다. '논어' 안연 편에 보면 애공(哀公)과 유약(有若)의 대화에서 10분의 1 세금(稅金) 즉 철(徹)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수입의 10% 정도가 백성들이 부담할 수 있는 적정한 세금의 비율이라는 것이다.
칭기즈칸이 정복전쟁에 나설 무렵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은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가혹한 세금을 뜯겼고, 대부분의 지역에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세금에 시달렸다. 일본의 경우 센고쿠(戰國) 시대에 백성들은 쇼군·다이묘·사무라이들에게 징발당한 세금이 67%에서 80%에 달한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농민과 백성들은 세금에 시달려야 했다. 칭기즈칸은 이런 들쭉날쭉한 세금을 과감하게 축소하여 3%만을 거두어들였으며, 몽골의 지배를 인정하기만 하면 정복 지역의 종족들이 믿던 종교를 그대로 인정해주었고 종래의 풍습과 기득권을 허용해주었다. 심지어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은 도중에 몽골군을 만나면 오히려 안심하고 반가워했을 정도로 그들은 고마운 정복자들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었던 것이다. 관용과 상식이 바로 칭기즈칸과 몽골군이 가진 최고의 무기였다.
이제 한 달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불과 0.75% 차이로 집권에 성공했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은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것이다. 새 정부가 가질 수 있는 무기는 관용과 상식과 공정이다. 관용과 상식이라는 칭기즈칸의 리더십으로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국민통합이라는 국가적 당면 과제를 달성하길 고대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