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한 영어학원에서 일했던 A씨는 사업주 지시에 따라 근무시간 외 일하는 경우가 빈번했지만 한 번도 수당을 받아 본 적이 없다.
A씨는 4대 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한 채 1년 4개월을 일했다. 그러나 A씨에게 돌아온 건 계약 만료 한 달 전 사측의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였다. 퇴사 당시 A씨는 6개월이 넘도록 제때 임금을 받지 못했고 그 규모만 1천여만원에 달했다.
A씨 사례는 연장 근로 수당 미지급, 부당해고 등에 해당하지만,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A씨가 다녔던 회사가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따른 가산 수당, 연차 휴가 등 일부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예외 규정을 둔 이유는 영세한 사업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였지만, 이를 악용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근기법 전면 적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로기준법 연차 등 규정 안 돼
프리랜서로 전환 등 '편법 자행'
5인 미만 사업장 구제 활동을 하는 권리찾기유니온은 12일 이른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11곳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권리찾기유니온 측에서 고발한 사업장은 직원을 프리랜서로 위장시켜 사업장 상시 노동자 수를 5인 미만으로 쪼개는 편법을 자행해왔다.
일례로 남양주 B 학원은 직원 7~8명이 근무 중인데, 대다수는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B 학원은 4대 보험 가입 직원 수를 근거로 들며 상시 노동자 수가 5인 미만이라고 주장했고 직원들에게 연장 근로 및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양주의 또 다른 C 제조업체는 직원이 1천명 이상이지만 사업장을 여러 개로 쪼갠 뒤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C 업체는 한국인 직원 외 이주 및 난민 노동자들에게 각종 공제 동의서와 합의서 등을 강요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권리찾기유니온 11곳 고용청 고발
"모든 사업장에 적용해야" 목청
이는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경기도에는 지난 2019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이 총 31만1천680곳이다. 이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만 85만4천878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특수고용 노동자가 늘면서 5인 미만 사업장 수가 더욱 늘었을 것이라는 게 고용노동부 측 설명이다.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하은성 노무사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근기법을 차등 적용 하는 것은 일종의 차별"이라며 "노동자들이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며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노무사는 "법 취지와 달리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계약 형태를 프리랜서로 바꾸는 등 수법으로 상시 노동자 수를 5인 미만으로 위장하고 있다"며 "근기법을 전면 적용하고 영세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