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사태 장기화 여파로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납품단가를 올려달라는 중소 업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 납품단가 조정 요청을 거절하는 원사업자에 대해 익명 제보를 받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이런 조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12일 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광역시회 관계자는 "당장 납품 단가 인상이 반영되지 않으면 인천 지역 업체 중 문을 닫아야 하는 곳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천의 경우 대형 건설현장이 많아 다른 도시보다 더 타격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 장기화 "납품단가 올려달라"
인천 대형 건설현장 많아 큰 타격
계약 변경 안돼 공사 할수록 손해


건설 원자재 중에서도 철근·콘크리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은 물론, 유류비 상승으로 건설 중장비 임차도 힘들어 납품 단가를 맞출 수 없다는 게 전문건설협회 측의 설명이다.

인천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미 발주 기업과 계약을 한 상태에서 납품 단가 인상을 반영한 계약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철스크랩은 지난해 3월 t당 42만5천원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26만9천원이나 상승했고, t당 71.9달러였던 유연탄값도 256달러로 3배 이상 뛰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등에 자재 수급불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으며, 지난 11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 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최근에 계산해보니 레미콘 원룟값이 약 20% 올랐지만 건설회사에서는 납품단가를 단 한 푼도 올려주지 않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납품가가 조정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익명 제보 접수 등 '수습'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 마련 지적


중소업체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수급사업자)의 납품단가 조정 요청을 거절하는 원사업자에 대해 익명 제보를 받기로 했다.

공정위는 홈페이지에 '납품단가 조정 신고센터'를 구축·운영할 방침이다. 하도급법상 하도급업체는 원자재 등의 가격이 오를 경우 납품단가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주 공사는 납품 단가 인상을 반영한 계약 변경이 가능하지만 민간기업끼리의 계약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부가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