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를 풍미했던 전직 '아이돌'이 돌연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30대 늦깎이 '웨이크보드' 국가대표가 됐다. 자유를 떠나 찾은 '물가'에 흠뻑 매료돼 지금은 웨이크보드 코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룹 'UP' 김용일의 얘기다.
'뿌요뿌요', '바다' 90년대 히트곡 리스트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두 곡을 남긴 'UP'의 메인보컬 김용일의 주 무대는 '물가'다. 처음에는 "가수 생활에 회의감이 들었고, 자유를 찾아서 떠나자"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그 길로, 그룹 활동 시절에 빠져있었던 스노보드에 올라탔다.
하지만 김용일의 마음을 뺏은 건 물 위에서 자유로이 떠다니는 '웨이크보드'였다. 스노보드와 달리 제약이 적은 점도 한 몫 했다.
김용일은 "반바지에 라이프재킷 하나만 입으면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물 위를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웨이크보드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꼽았다.
가수활동 회의 들어 무대 떠나
물위 생활에 마음 뺏겨 선수로
스노보드 선수 생활 덕인지 실력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했고 일약 웨이크보드 국가대표(1999년)에도 뽑혔다.
국가대표 발탁의 기쁨도 잠시, 김용일이 '우물안 개구리'라는 것을 느낀 건 국제 대회에 참가하면서였다. 그때까지 아시아 선수는 국제대회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회에 참가해도 순위권과 거리가 먼 '들러리'에 불과했다.
김용일은 아시아 선수들을 '찬밥' 취급하는 서양 선수들을 보고 "오기는 물론 도전 의식이 생기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나갔을 때 몇몇 상위권 선수들을 타깃으로 잡고 연습했다. 그 대회에서 상위권 선수들을 꺾고 3위에 입상했다. 첫 국제대회 성과였다"고 했다.
웨이크보드가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것은 지난 2017년이다. 여전히 피서철 취미 운동이나, 동호회 위주의 스포츠로 알려졌지만 차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 40대 후반에 접어든 김용일은 가평과 강원도 홍천 사이를 가로지르는 홍천강에 숍을 차려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결심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
현재 홍천강 숍에서 후학 양성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로 전성기를 구가하는 웨이크보드 종목에서 30대가 돼 뒤늦게 두각을 보인 김용일.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마음만 먹는다면 늦은 나이에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비인기 종목'으로 불리는 만큼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도 옛말이라고 했다. 그는"4월에 통상 웨이크 보드와 서핑의 시즌이 시작된다. 편한 마음으로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결심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