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만나 '구원'을 풀었다. 윤 당선인이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대구 달성으로 내려가 과거 국정농단 특별검사와 피의자로서의 악연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라며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배석했던 윤 당선인 측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대화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권 부위원장은 "약 50분 정도 했는데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했다"며 "공개하기 적절치 않지만 (공개)했으면 좋겠을 내용까지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도 "언론에 밝히지 못할 속 깊은 이야기를 충분히 했다"고 전했다.
과거 특별검사와 피의자로 '악연'
"면목이 없다… 명예회복 도울 것"
취임식 참석 요청에 긍정적 답변
윤 당선인은 과거 악연과 관련해 "참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언급 없이 담담히 들었다고 유 변호사는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또 "박 전 대통령의 굉장히 좋은 정책이나 업적이 있는데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아쉽다"며 "했던 일들, 정책에 대해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제대로 알려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선되고 나니 걱정돼 잠이 잘 오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가 무겁고 크다. 사명감이 무섭다"라고 이야기했다.
윤 당선인은 다음 달 10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건강 상태로는 조금 자신이 없는데 시간이 있으니 노력해 가능한 한 참석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서울의 병원에 다닐 때 경호 등 문제에 대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