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조직법 제32조(법무부) 1항은 법무부장관의 권한을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 관장'이라 규정했다. 동부구치소 코로나19 집단감염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 책임론이 터진 이유이다. 그래도 법무부장관의 힘은 직속 외청인 검찰청에서 나온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총장을 지휘하고 검사들의 인사 제청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정치중립이 생명인 검찰의 특성상 장관이 검찰총장을 존중하고, 법무장관 대다수가 검사 출신이던 관행 때문에 법무부 장관의 힘은 제한적이었고 여론의 주목도 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판사 출신 변호사 강금실을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면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한 솥밥' 정서가 깨졌다. 진보성향 법조인 강 장관은 진보진영 검찰개혁 대장정의 신호탄이었다. 강 장관은 검찰총장과 상의 없이 검찰인사를 단행해 검사들이 집단반발했다. 사태 진화를 위해 평검사와의 대화에 나선 노 전 대통령이 "이쯤 되면 막 가자는거지요"라는 어록을 남긴 것도 이때였다.
두 번의 보수정권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장관은 여론의 한복판에 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총애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족 비리혐의에 대해 '윤석열 검찰'이 칼을 빼들자, 법무부가 검찰개혁으로 맞섰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은 추미애 전 장관과 박범계 장관은 검찰 역사상 단 한 번 있었던 수사지휘권을 세 번이나 발동하고, 윤석열 총장 직무를 정지시키고, 윤석열의 검사들을 한직으로 좌천했다. 그 결과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다.
윤 당선인이 13일 새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에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했다. 파격과 반전에 여론이 화들짝 놀랐다. 한 지명자는 조국 수사를 주도한 탓에 스스로 밝혔듯이 "네 번 좌천당하고 두 번의 압수수색에 사적 동선을 사찰당하고 후배 검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강골 검사이다. 채널A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 지난 6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 1주일 만의 환골탈태가 눈부시다.
지명 시점도 의미심장하다.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공식화한 다음 날이다. 한 지명자는 "공론장에서 만장일치 반대가 있다"며 검수완박 법안 저지를 공언했다. 법무부가 다시 정쟁의 한복판에 진입할 모양이다. 법치의 근간을 정립하는 진통이기를 바랄 뿐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