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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필자가 수의학도로서 수의학을 공부하던 1980년대 후반, 심장사상충은 책에서나 인지되던 기생충에 불과했다. 과거에는 아메리카 대륙, 그 중에서도 덥고 습한 지역의 특정 모기를 통해서 감염되는 특이한 기생충으로 지역적인 풍토병으로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관심 질병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는 심장사상충으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게 된다. 심장사상충의 국내 발생에 대한 정확한 역학관계를 밝힐 수는 없겠지만 1990년대 들어 세계화라는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국가간 교류와 상호의존도가 높아지고 국제 물동량도 늘어나게 되면서 국내에도 자연스럽게 유입되지 않았을까 추정을 해본다. 90년대부터는 바야흐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와 맞물려 특히 성견들을 대상으로 기존에 없던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전신질환이 생겨나게 되면서 수의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되었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그 원인이 심장사상충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모기가 활동하는 시기도 그리 길지 않았으며 심장사상충을 매개하는 모기 종도 없다고 여겨지던 때였기 때문에 수의계에 던져지는 충격은 그야말로 작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에 수의계는 기존의 고정관념들을 버리고 심장사상충에 대한 분석과 학습 그리고 홍보와 예방에 전력투구하였다. 각고의 노력으로 이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심장사상충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지식의 저변이 확대되었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어서 필수적인 예방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게 됨으로써 예방과 검사를 통해 심장사상충으로 고통받는 반려동물이 줄어들게 된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충에 감염된 동물들은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데 자칫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만 아니라면 수의사의 지시와 권고에 따라 수 개월간 치료에 임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후 대처보다는 예방과 정기적 검사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예방 의학의 사각지대에 노출되어 있는 소외된 유기동물을 생각해본다면 안타까운 마음이 한 가득이다. 2021년을 기준으로 보고된 바에 따르면 전국에서 유실, 유기된 동물의 수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11만8천326마리이며 그중 45%만이 주인에게 돌아가거나 새로운 곳으로 입양되었다. 55%의 유기동물 중 그나마 운 좋게 유기동물 보호소에 입소하게 된 아이들은 보호소의 세심한 배려와 보호 속에 살아가고는 있지만, 역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호소 역시 현실적인 운영과 관리의 문제로 인해 심장사상충에 걸린 아이들의 치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경기도수의사회에서는 4월 현재 '심장사상충으로 고통받는 유기견을 구해주세요'라는 구호와 함께 SNS 사회공헌캠페인 '세이브 어스 챌린지 (save us challenge)'를 펼치고 있다. 지난 4월3일 경기도 안성평강공주보호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하였고 유기견들을 대상으로 심장사상충 검사를 실시하여 6마리의 심장사상충 감염견을 찾아낼 수 있었으며 현재 치료 중에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보호소의 유기동물들이 심장사상충으로 인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앞으로 철저한 검사와 예방을 통해 두 번 다시 심장사상충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유기동물들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더불어 안전한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일조하기를 기원한다. 현재 이 캠페인은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으며 좀 더 많은 유기견들을 심장사상충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세이브어스챌린지는 경기도수의사회 회원인 수의사들의 재능기부로 유기견에 대한 심장사상충의 진단, 치료, 예방 등 사회 공익활동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SNS를 통해 반려동물의 심장사상충에 대한 경각심을 공유하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 문화를 조성하는데 의의가 있다. 각 가정에서도 심장사상충의 위험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철저한 예방은 물론 년 1회의 검사 통해 심장사상충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는 슬기로운 보호자 생활이 되길 바란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