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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上海)는 2천400만여 명이 거주하는 중국의 경제수도이자 최대 도시이다. 영국이 아편전쟁으로 청나라를 굴복시킨 뒤 상하이는 식민제국들의 자치 해방구가 됐고 2세기 가까운 세월 동양 최대의 국제도시의 명성을 이어왔다. 중국 공산당은 상하이 개방을 통해 경제대국의 기초를 쌓았다. 대한민국이 임시정부를 세워 독립운동을 펼친 상하이에서 지금은 수많은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들과 총성 없는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자부심이던 상하이에서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극한의 생존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공산당 정부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겠다며 도시 전체를 봉쇄한 탓이다. 식품을 비롯한 생활필수품 공급이 막히자 시민들은 상점 약탈을 감행했다. 중증질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못해 죽고, 봉쇄에 절망한 시민들의 자살도 속출한다는 소식이다.

불똥은 국제도시에 둥지를 튼 다국적 기업들과 외국인들에게도 튀었다. 봉쇄 첫날 테슬라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농심, 오리온, 아모레퍼시픽 상하이공장도 문을 닫았다. 대중교통이 멈춘 도시에서 외국인들은 공항까지 도보로 이동해 탈출을 시도한단다. 최근엔 시 당국이 확진자 격리시설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징발하려다 시민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발생국 중국은 초기부터 '칭링'(淸零·제로 코로나)'을 방역정책으로 시행하면서 발생지를 원천 봉쇄했다. 코로나19가 '우한폐렴'으로 불리던 2020년 1월 우한시와 후베이성 봉쇄가 신호탄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마당에 중국은 불가능한 제로 코로나에 집착해 도시 봉쇄를 강행한다.

코로나 도시 봉쇄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기본권인 이동의 자유를 제한할 법도 없고 강제할 수도 없어서다. 대구 신천지 사태 때 한 여당 의원은 대구 봉쇄론을 거론했다가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 사과하고 당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중국은 가능하다. 공산당의 결정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정치체제라서다. 도시 봉쇄로 코로나 청정국을 유지했다는 착각이 공산당의 자부심을 부추겼다. 오미크론에 무너지면 공산당 지도력에 상처가 난다. 개혁개방 이후 최초로 3연임을 시도하는 시진핑 주석에게 방역 실패는 치욕이다. 상하이 봉쇄의 교훈은 분명하다. 전체주의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모든 사람에게 위험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