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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제8회 지방선거가 40 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투표일 전후에 관심거리로 부상했다가 곧 사라지는 '계절성' 화제가 있다면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선거 캠페인 끝 무렵에만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은 후보자별 지역별 세대별 투표율이 당선의 유불리를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거니와 투표 당일 지역별 투표율이 시시각각 보도되어 이목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인천은 경기도와 함께 각종 선거에서 전국적 투표 경향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주목받는 한편 투표율은 저조하다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20대 대선에서도 인천시의 투표율은 74.8%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5위를 기록해서 투표율 '만년 꼴찌'라는 자조 섞인 평가를 받았다. 인천보다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시·도는 제주(72.6%)와 충남(73.8%)뿐이었다. 한편 지난 7대 지방선거의 투표율에서도 인천의 투표율은 55.3%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게 나타나 인천시에서는 투표율 제고를 위한 대책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 투표 참여 美·獨·英 비해 높은 편
불참 원인은 명분·이유 절실하지 않기 때문


그런데 투표율이 정주의식이나 시민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지만 그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인천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투표율을 보인 부산이나 충남, 제주도의 경우를 정주의식이나 지역정체성 부재로 설명하기 어렵다. 인천시민들의 투표율과 관련 조사보고서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나 이 역시 근본적 투표율 요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복합적 결과를 지적한 것에 가깝다. 정주의식 요인론은 동어반복에 불과하고 계몽주의적 대책으로 귀결되기 십상이므로 차라리 객관적 요인을 찾는 것이 낫다.

투표율은 높은 것이 좋겠지만 그렇다고 투표율이 낮다고 비난하거나 자조할 이유는 없다. 투표권은 유권자의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투표에 참여하여 의사를 밝히는 것만큼 투표하지 않는 것도 의사 표시의 하나로 간주되어야 한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정치 행위에는 투표 불참과 기권이 이외에도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에게는 거부권 행사, 역사적으로는 선거 자체를 부인하는 보이콧 운동도 있지 않은가?

대도시 인구 밀도·투표소 접근성 따져봐야
IT 강국답게 이젠 전자투표 도입해볼 때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투표율도 사실 낮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대 대선의 전국 투표율은 77.1%로 집계되었는데 대표적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미국, 독일, 영국 등의 투표율이 60% 내외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투표 참여율은 오히려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투표율이 낮은 것이 아니라 기권율이 높다고 보아야 투표율의 행간에 숨은 다양한 문제점을 읽어내고 대책도 세울 수가 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투표 불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물리적 환경적 요인을 제외한다면 인물이나 선거공약에서 투표할 명분이나 이유가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언론 탓도 있다. 양비론으로 정치혐오를 부추겨 기권심리를 조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이슈를 제기하지 못했다면 이는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선관위와 정부가 주목할 것은 시민들의 참정권을 방해하는 객관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다. 인천과 경기도의 주민 특성상 투표율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장거리 출퇴근자가 많다는 생활 특성, 그리고 서비스업과 자영업의 비율이 높은 산업과 인구 구조적인 특성을 지적할 수 있다. 농어촌 지역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의 투표율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데 인구특성 외에 투표소 접근성 문제도 크다. 경기도의 경우 유권자 수를 고려하지 않아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투표장도 많았다. 사전 투표가 투표율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전투표소를 확대하고 투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투표 시간을 연장한다든가, 접근성이 좋은 지하철역 등에 투표소를 더 설치한다면 투표율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IT강국 대한민국답게 전자투표를 도입해볼 때가 지나지 않았나?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