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가늘게 내리는 비는 조금씩 젖어들기 때문에 여간해서 옷이 젖는 줄 깨닫지 못한다는 뜻으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거듭되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은 당나라의 시인 유장경이 '별엄사원'이라는 시에서 쓴 표현 '세우습의간불견(細雨濕衣看不見)', 즉 '가랑비에 옷을 적셔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시구에서 나왔다. 시인은 젊은 시절 진사가 되어 백성을 위해 청렴하고 강직한 삶을 살고자 굳게 다짐했지만, 시간이 지나 스스로를 돌아보니 자신이 젊은 시절 비난해 마지않던 타성에 젖은 늙은 관료가 되어있었다는 안타까움에 한탄하며 이 시를 썼다고 한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앞두고
부조리 관행 척결·윤리경영에 집중
어쩌면 청렴도 색이나 향기처럼 일종의 감각인 것 같다. 같은 그림을 봐도 초등학생과 미술 전공자가 느끼는 바가 다르듯 감각은 자주 접하고, 공부하고, 관심을 가질수록 민감해지며 예민한 만큼 느낄 수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청렴 감각이 무뎌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 청렴과 관련한 법 제도를 꾸준히 공부하고 그 의미를 생각하며 관심을 가져야 청렴 감각도 살아나고 그만큼 실천할 수 있다. 우리는 늘 겸손히 스스로 돌아보며 청렴 감각의 날을 세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바쁜 일상 속 눈앞에 닥친 일에 매몰되어 점점 부조리한 관행에 물들어 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5월19일 공무원, 공공기관 산하 직원 등 약 200만명에게 적용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된다.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로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직무관련자가 가족이나 가족이 임원으로 있는 법인 등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알면 미리 신고하고 회피 신청을 하여야 한다. 직무수행 중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경우 공직자가 사익을 추구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직무관련 부동산 매수 신고, 고위공무원 가족 채용 제한, 수의계약 대상 제한 등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법 적용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각 기관이 협력하여 공직사회 전반의 청렴 수준을 한 차원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훌륭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 또한 이해충돌방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임직원에게 설명자료를 제공하고 기관별로 교육을 실시하는 등 법 시행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청렴한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청렴문화협의체'를 운영하고 '찾아가는 청렴 컨설팅', '계약업무 심층 인터뷰' 등 부조리한 관행을 척결하고 업무 전반에서 학연, 지연을 배제하는 등 윤리경영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감각 무디게하는 낡은 관행 버리고
올바른 행동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
수시로 되돌아 보는 나 자신의 다짐
청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청렴한 삶이란 내 것이 아닌 것에 탐욕을 부리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성품과 행실을 바르게 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회사, 가정 등 생활 전반에서 나의 임무와 역할을 성의껏 해내려는 마음가짐, 그리고 올바른 주관을 가지고 떳떳하게 행동하는 것 또한 청렴일 것이다.
오늘 집을 나오는데 또 거실 바닥에 먼지가 뽀얗게 쌓였다. 하루만 걸레질을 하지 않아도 먼지가 눈에 보이고 사람 손이 가지 않으면 물건들은 제자리를 잃고 흐트러져 있기 마련이다. 청렴은 꼭 집청소 같다. 절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내 안의 청렴 감각을 무디게 하는 낡아빠진 관행을 바로잡고 매 순간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매일 바닥의 먼지를 닦아내듯 자신을 수시로 돌아봐야 하겠다. 이 글은 기관장으로서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당부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윤한필 한국국토정보공사(LX) 경기남부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