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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바흠(톨스토이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은 죽을 힘을 다해 더 넓은 땅을 가지려다 정말 죽어버렸다. 그가 죽어 차지한 땅은 딱 몸뚱이 만큼의 구덩이뿐이다. 인간의 목숨이 유한하기 망정이지 무한하면 욕망의 끝이 어디에 이를지 짐작하기 힘들다.

역사 이래로 집은 계급과 계층을 나누는 기준이다. 현대에도 주택은 여전히 계급과 계층의 강력한 상징이자 욕망의 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입주 거부로 대통령의 권위를 내려놓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인도의 석유화학 재벌 무케시 암바니가 2009년 뭄바이에 완성한 집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알려졌다. 1조1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까지, 추정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말이 집이지 높이 173m, 연면적 1만1천여평인 27층의 건물이다. 저택 명칭이 전설의 섬 아틀란틱을 의미하는 안틸라이다. 암바니 가족 5명은 600여명의 시중을 받으며 초호화판 인생을 즐긴다. 1인당 국민소득 100위권 인도에서 그의 저택은 인간계를 벗어난 신계(神界)의 영역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공인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힌다. 러시아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들을 쥐락펴락하는 최고 권력자로 장기집권한 푸틴의 실제 자산이 2천억 달러에 달한다는 미국 의회 증언도 있었다. 정적들은 10억 달러 짜리 푸틴 궁전, 수 척의 초호화 요트, 수십대의 자가용 비행기 등 푸틴의 숨겨진 재산을 폭로했다가 목숨을 잃거나 보복을 당했다. 그런 푸틴이 지난해 공개한 소득은 1억5천만원이다. 인간의 욕망은 양지보다 음지에서 더 왕성한 모양이다.

어제 국내 최고가 아파트가 주인을 찾았단다. 강남 청담동에 건설 중인 '워너 청담'의 슈퍼펜트하우스인데 분양가 350억원에 취득세 43억원은 별도다. 전용면적 497㎡(구 150평)이니 평당 2억3천만원이 넘는다. 서민은 물론 웬만한 중산층에게도 비현실적인 숫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폭등한 집값으로 청년들은 자력으로 내집 마련이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 반면 대물림 부자들과 한국판 올리가르히들의 욕망의 꼭짓점은 워너 청담 슈퍼펜트하우스 처럼 아득히 높아만 간다. 서민과 중산층의 내집 마련 욕구를 풀어 줄 주택정책이 절실하다. 양극화를 방치하면 사회는 막장에 빠진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