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101000885800042071

문희상 전 국회의장(77)은 의정부에서 6선 국회의원(15~20대)을 지냈다. 대지주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나 민주화운동을 한 이력으로 임용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하자 정치 성향이 다른 아버지가 벼락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소속 정당이 위기일 때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해결사 역할을 했다. 조직기강을 다잡고, 조정에 능해 '여의도 포청천'이란 별명이 붙었다.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온건하고 합리적이란 평이다. 의회주의자이자 개헌론자로 꼽힌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법안을 직권상정했고,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여야 대립을 조율하지 못했다. 장남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주려다 세습 논란에 휩싸였고, 여당 편에 서면서 '의장 찬스'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은 싸늘했고, 장남이 총선 출마를 접으면서 체면만 구겼다.

21대 국회 전반기 박병석 국회의장(69)은 대전에서 6선을 했다. 성대 법대를 나와 중앙일보 홍콩 특파원, 산업부장을 지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중국 자오쯔양 총리 체포·구금 기사'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1998년 정계에 입문하는 등 문희상과 닮은 점이 많다.

박 의장 고심이 커지는 양상이다. 검수완박을 위한 법률 개정안 본회의 상정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이목이 쏠린다. 해외로 나가려다 무책임하다는 여론에 일정을 취소했다. 박 의장이 법안을 상정하지 않는다면 더불어민주당도 속수무책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국무회의 재가를 받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은 꼼수에 꼼수를 더하며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야당에 맞서 최고령 사보임에, 위장 탈당을 하는 기묘한 수를 보여줬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회기 쪼개기 등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못할 게 없어 보인다. '법안 통과가 안 되면 청와대 출신 여럿이 다칠 것이라고 했다'는 무소속 의원 증언이 나왔다.

대화와 타협에 서투른 대한민국 국회의 수장 자리는 가시방석이다. 박 의장이 해외순방을 포기한 것을 두고 여야가 서로 아전인수격 풀이를 했다. 지난해 언론중재법은 상정이 안 돼 극적으로 무산됐다. 박 의장 의중에 따라 정국 풍향이 바뀌고, 나라의 앞날이 달라질 수 있다. 내달이면 박 의장 임기가 만료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