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배_-_월요논단.jpg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석열 정부의 간판 정책은 무엇인가. 부동산정책과 추경 50조원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 말은 무성한데 실체가 없다. 우선순위도 밀리고 있다. 속 시원한 정책 대안들이 당선인에게서도 인수위에서 나오지 않는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대통령 숙소가 40일째 뉴스거리다. 이제는 다음 달 방한하는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장소까지 걱정하는 상황이다. 검수완박과 검찰개혁, 내각 구성과 청문회 대치.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으로 경사를 맞이해야 할 봄날이 덧없이 흘러만 간다.

2021년 10월에 탄생한 기시다 정권은 대표적 정책으로 '경제안보추진법안'을 내세웠다. 그 배경에는 격렬한 미·중의 대립이 있다. 법안은 중의원을 통과하여, 현재 참의원에서 심의 중이다. 일본이 벤치마킹한 미국의 경제 안보 정책은 첨단 기술 보호와 공급망의 강화로 요약된다. 미국 정부는 방위, 보건 위생과 생물학적 준비성, 정보통신 기술, 에너지, 교통, 농업과 식량 생산 등 6가지 중요한 분야의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책정하고 있다.

부동산·추경 50조·먹고사는 문제 등
말 많은데 실체없고 우선순위 밀려


일본의 경제안보추진법도 반도체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공급망 강화,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기간 인프라 사전심사, 첨단 기술의 민관 협력, 원자력 및 고도 무기에 관한 기술의 특허 비공개 등 4가지가 핵심이다. 일본 국회 심의자료 등을 보면 첨단 기술 분야로 우주, 해양, 양자, 인공지능 등의 분야가 상정되고 있다. 실용화를 명분으로 관민이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성과의 일부는 비밀 특허로 유지하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물론 법률은 미국의 경제질서에 편입하여 자국 내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1차다.

그러나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과 거리두기는 물론 주요 부품과 기술에 대한 공급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일본의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수출 규제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교체되는 사이 일부 품목에 대한 우려가 다시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은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부품자립 정책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반도체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는 재고량이 3개월분에 불과하다. 포토레지스트가 없으면 반도체를 생산할 수가 없다. 28㎚ 이하 첨단 공정은 공급망 다변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40㎚ 포토레지스트 공급은 일본 수출기업의 중국 저장성 공장 전력 문제로 생산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중요한 반도체 장치와 기술에 대해 수출 규제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했다. 문제는 일본도 같은 방식을 한국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주요 보고서를 보면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통해 국가의 안전보장과 경제적 번영을 다시 연계하고, 일본 내 모든 이해관계자가 패전국의 멍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는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을 위한 것이다. 일본의 법률 제정과 정책 추진에 따른 결과는 한국에 다양한 측면에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부품, 기술, 소재, 원료 등에 대한 수출 규제와 투자규제 등에 대비해야 한다.

美·日·中 누구도 위기땐 우리편 아냐
경제안보 정책 수립하고 추진해야
숙소문제 등으로 허비할 때 아니다


한국에 대한 통제는 일본의 경제 안보 논리와 함께 강제 징용판결·위안부 문제·영토문제 등 역사적이고 정치적 갈등 상황마다 재현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의 백신 공급 과정에서 강대국의 자국 이기주의와 자국 우선 행태를 보았다. 한국의 중요 상대국인 미국, 일본, 중국 등 누구도 위기가 당면하면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미 일본은 한국의 산업경제의 공급망 체계와 취약점에 대해 조사자료를 축적한 상황이다. 일본이나 중국이 한국에 대해 취할 공급망과 급소전략의 해소 방안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의 대립으로 세계적 차원으로 공급망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 그리고 국민 삶에 대한 악영향은 이미 시작되었다. 냉혹한 국제사회의 본성은 악이라는 성악설의 시각에서 윤석열 정부는 경제 안보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자격이 부족한 장관 후보나 숙소 문제에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