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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란 두 신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라 했고, 그래서 "친구가 많다는 것은 친구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인디언 속담처럼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와 같은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 힘드니, 러시아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친구를 찾는 자는 무덤으로 가라'는 격언을 남겼을 것이다.

주체적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사귄 친구는 오래 가게 마련이고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젠 국회의원이 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고교 시절 친구인 강명훈 변호사를 업고 등하교 하면서 서울대 법대와 사법시험에 같이 합격한 미담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많은 대학들은 신입생들이 기숙사에서 1년 동안 삶을 공유하도록 '레지덴셜 칼리지'를 운영한다. 이 시기의 친구 맺기가 학생들의 미래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기대해서다.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하버드 대학의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코로나19로 2020년 입학한 고교생과 대학생들은 인생에 남길 친구를 사귈 시공간을 박탈당했다. 지금 고3은 운동회, 수학여행은 물론 체육활동이 사라진 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채 눈빛만으로 우정을 쌓았다. 친구는 생겼겠지만 공유할 추억은 빈약하다. 수원 한 고등학교 교장인 친구는 "동창(同窓)의 기억이 통째로 함몰된 학창 생활이 애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고 걱정한다.

이른바 '코학번(코로나 학번)'인 20~21학번들은 한층 심각하다.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대학 캠퍼스는 지난 2년 넘게 적막강산이었다. 동아리 활동이 멈추고, 지도교수도 학과 동기도 모른다. 어학연수도 교환학생 등 세계로 나가는 입구도 막혔었다. 주요 대학의 총학생회가 투표율 미달로 구성하지 못해 학생운동의 구심점이 와해됐다. 캠퍼스에 정을 붙이지 못한 학생들은 군대에 가거나 편입시험에 대거 몰려 동시대의 연대가 희박해졌다.

정부의 위드코로나 선언으로 고교와 대학도 코로나 봉쇄에서 풀렸다. 하지만 고2, 고3은 목전에 닥친 대학입시에, 대학의 코로나 학번들은 취업 스펙 쌓기에 전념해야 할 판이다. 대학 동아리들은 몇 년간 끊긴 명맥 때문에 선배 없이 다시 시작해야 할 형편이란다. 그래도 진정한 친구는 인생의 버팀목이다. 마스크 벗고 마주한 얼굴들에서 평생지기를 찾아내는 행운을 누리기를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