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았던 경로당과 무료급식소 등이 '일상회복' 본격화로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25일 낮 12시50분께 인천 동구 화수동 '민들레국수집'. 올해로 20년째 홀몸 어르신과 노숙인 등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인데도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와 식사하는 어르신들이 꽤 있었다.
이곳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식당에서 어르신 등에게 음식을 대접하지 못하게 되자 도시락을 지원해왔다. 그러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지난 주말부터 다시 식당에서 무료급식을 하기 시작했다.
'민들레국수집' 다시 식당서 식사
"2년동안 도시락 받아 공원 혼밥
사람 다시 만나니 적적함 사라져"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박노웅(78)씨는 지인과 인사를 나누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10년 넘게 이곳을 찾고 있다는 박씨는 "지난 2년 동안 도시락을 받을 때는 집이나 공원에서 혼자 먹어야 했는데, 다시 식당에서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점심때마다 식당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한동안 못 보다가 다시 만나게 되니 그동안의 적적함도 사라졌다"고 했다. 김일조(74)씨는 "민들레국수집은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라며 "나이 든 사람들이 갈 곳이 얼마나 있겠나. 국숫집에서 한 끼 먹으면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대화를 자제하고 있지만 다 같이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운영을 중단했던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을 개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오갈 데 없던 어르신들의 바깥 활동에도 숨통이 트였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노인복지관은 대면 프로그램 수강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인천시는 경로당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개방하도록 안내하고,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운영 시간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경로식당과 민간 무료급식소도 그동안 도시락을 제공하다가 이제는 백신 3차 접종자를 대상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경로당도 오후 1~5시 개방 '웃음꽃'
같은 날 찾은 인천 남동구 구월3동 경로당에서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그동안 굳게 닫혀 있었던 경로당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바깥까지 들렸다.
반년 만에 경로당을 찾았다는 김을순(81)씨는 "경로당에 오자마자 다 같이 쌓여 있던 먼지를 치우는 등 청소부터 했다"며 "각자 가져온 떡이나 과일을 나눠 먹으면서 자식과 손자 이야기하는 게 경로당 가는 재미인데, 아직 경로당 안에서 음식은 먹을 수 없다고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인천시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10개 군·구청에 25일부터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사회복지관 등의 대면 프로그램 재개와 경로식당 개방을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며 "각 시설 상황에 따라 방역 물품과 인력 등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곳이 있을 텐데, 코로나19 발생 이전처럼 정상 운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