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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천시 신둔면 한 양봉농가에서 농장주가 외부에서 사들여온 꿀벌과 벌집을 정리하고 있다. 2022.4.25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저기 황토색 벌통 보이죠? 저게 다 사온 거예요
25일 오후 이천시 신둔면에서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윤섭(76)씨는 일렬로 늘어선 황토색 벌통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씨의 양봉장엔 벌통 40여개가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바깥에서 돈을 주고 사온 벌통이라고 한다.

그의 양봉장에선 지난해 말 벌통 64개가 월동에 들어갔다. 보통 벌통 하나엔 꿀벌 2만~3만 마리가 서식하는데, 올해 초 벌통 내부를 확인해 보니 꿀벌의 개체 수가 확연히 줄어 있었다. 그는 본격적인 벌꿀 채집을 앞둔 상황에서 부랴부랴 돈을 지불하고 꿀벌이 든 벌통을 샀다.

이씨는 "꿀벌 수가 적은 벌통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해보니, 20여개 밖에 안 남더라"면서 "1년 농사를 망칠 순 없으니 벌통 20개 정도를 추가로 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회복 분주한 양봉 농가들
올해 꿀벌 개체수 확연히 줄어
벌통 절반 가까이 외부서 구매
정부·지자체도 대책 마련 나서

이상기후와 응애 등 해충의 여파로 월동 중인 꿀벌 78억마리가 전국에서 집단 폐사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도내 양봉농장들은 저마다의 자구책을 세워 피해 회복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에선 1천300개 양봉농가에서 사육하던 6만봉군(12억마리)이 폐사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의 원인이 워낙 복합적인 탓에 내년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걱정 역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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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고 산 벌집임에도 예년과 다르게 비어 있는 벌집. 2022.4.25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같은 날 찾은 여주시 가업동의 한 양봉장 피해는 훨씬 더 심각했다. 해당 양봉장은 이번 월동 기간 동안 벌통 200개에 든 꿀벌이 사라지는 피해를 입었다.

2대째 이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조성철(45)씨는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겨울에도 낮 기온은 오른다. 꿀벌들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낮에 바깥으로 나갔다가 밤에 급격히 추워지면서 돌아오지 못하고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벌통 안에 살던 꿀벌 값만 해도 3천만원인데, 올해는 이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책 없어"
농장주들, 또 발생할까 '한숨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연 2.5% 고정금리로 피해 농가에 1천만원 이내 경영자금을 융자하거나 방제 약품을 지원하는 등의 후속 대책을 내놨지만, 농장주들은 여전히 걱정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꿀벌 집단 폐사의 한 요인인 이상기후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씨는 "우리 농장은 진드기나 해충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이상기후 문제라는 건데, 당장 해결책도 없기 때문에 내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까 염려된다"고 했다.

/양동민·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