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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논설위원
'스티브 유'는 가수 유승준(45)의 다른 이름이다. 미(美) 국적을 얻어 병역을 피했다 2002년 이후 국내 입국이 막혔다. 2003년 지인 부친상 때 잠시 귀국했으나 더는 기회가 없었다. 비자발급이 번번이 불허되자 소송을 내 2020년 승소했다. LA 영사관은 이후에도 사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스티브의 사익보다 공익 가치가 더 중하다고 본다. 이달 말 총영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선고를 앞두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다. 20년도 넘었는데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론에, 국방의 의무를 저버린 대가(代價)란 주장이 맞선다.

한국사회에 뒤끝 고약한 3대 비리가 있다. 입시, 병역, 취업이다. 양형에 실정법보다 국민정서법이 앞선다. 청와대 비선 실세 딸이 명문대에 특례 입학했다, 모녀가 국정 농단의 주범으로 몰렸다. 뒷배라는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다. 문재인 정부 법무장관에 임명된 조국 전 서울대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로 낙마했다. 주작은 없었다고 버텼으나 여론은 나빠졌고, 진영으로 갈린 찬반시위가 극렬했다. 수년 사이 장관 후보자 여럿이 자녀 문제로 불명예 퇴진하거나 임명되지 못했다.

'검수완박' 파고에 가렸으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 문제는 가볍지 않다. 입시와 병역문제를 관통한다.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 시절 자녀 2명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아들의 경우 논문 작성에 관여한 교수가 면접관이 돼 평가를 매겼다. 대학은 특별전형으로 대구·경북대학 출신을 50% 넘게 뽑았다. 교육부와 대구시가 권고한 지역 인재 할당은 30% 이상이다. 이 전형은 4년간 이어지다 지난해 폐지됐다. 


정호영 후보자 아들·딸 꼬리 문 의문 부호
조국 前장관의 "부정 없었다" 판박이 양상


청문회를 앞두고 속보가 이어진다. 아들이 불합격한 이듬해 지역 인재 특별전형이 신설됐다. 딸은 특정 고사실에서 만점을 받았다. 아들이 함께 썼다고 이름을 올린 논문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공저자 가운데 유일한 학부생이다. 검찰에 고발한 경북대는 논문 기여도가 20%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현역복무 판정을 받은 아들은 경북대병원 진단 결과 사회복무요원으로 재판정을 받았다. 의문부호가 꼬리를 문다.

정 후보자는 자녀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편입했다고 부인한다. 위법은 없었다고 하나 해명은 모호하고 의문은 걷어내지 못했다.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입시비리 의혹이 돌발하자 조 전 장관은 '부정은 없었다'고 했다. 당시 기자회견의 판박이 양상이다. 어떤 이는 "그래도 조국은 (자신이 재직하는) 서울대는 피하지 않았느냐"고 한다.

아내가 구속되고 유죄가 확정됐어도 조 전 장관은 숨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맹렬하게 부딪혔고,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지식인이 참 양심도 없다'고 개탄했으나 어느 시점 짐작(斟酌)이 됐다. 학벌 대물림이 그만의 일탈이 아니었음을, 더 심각한 입시비리도 많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면서다. 그는 "왜 우리 가족에만 돌을 던지나" 항변하는 게다.

전국 교수 자녀 진학 경위를 전수조사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고위 공직자 자녀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자 한다. 20대 여성 비상대책위원장은 조국에 공식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런데 전수 조사는 사과와는 별개가 아닌가.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조사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훼손되지 않는다. 대학사회에 특권과 위법이 있다면 실체를 밝혀 발본해야 한다.

일부 내정자 자녀 입시·병역·취업혜택 의혹
심판대에 오른 차기 정부 검증의 시간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를 강조했다. 약속과 달리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민망함이 빈번했다. 미국 사전에도 등재된 '내로남불'은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총선 금기어가 됐다. 20년은 거뜬하다던 백 년 정권이 5년을 버티지 못했다. 후임인 검찰 출신 새내기 정치인은 공정과 상식을 말했을 뿐이다.

차기 정부 내각이 심판대에 올랐다. 검증의 시간이다. 일부 후보자 자녀는 입시·병역·취업 혜택 의혹이 짙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남편 찬스, 셀프 찬스 신조어가 쏟아진다. 오직 유능함이 기준이라는 대통령 당선인은 청문회를 지켜보자 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장관 후보자들이 뭐가 다르냐고 한다. 전 정권에 분노해 배를 엎은 국민이 고개를 돌려 다시 '정의'와 '상식'을 묻고 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