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문화권 실현을 위해 정부가 개입하여 노력할 정도로 여가생활의 불평등 현상이 심각한 것일까? 소득집단별로 여가시간, 여가비용과 여가활동 참여 수준을 비교해 보자.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의하면 여가시간은 평일 평균 3.7시간이고 휴일 평균 5.6시간인데, 저소득층(월 가구소득 200만원 이하)의 여가시간은 평일 5.1시간, 휴일 6.7시간으로 평균값보다 훨씬 더 많고, 고소득층(월 가구소득 500만원 이상)의 여가시간은 평일 3.3시간, 휴일 5.5시간으로 평균값보다 다소 적다. 다음으로 여가비용을 보면 응답자 전체의 월평균 여가비용은 15만6천원인데 저소득층은 8만2천원으로 평균값보다 훨씬 적고, 고소득층은 19만2천원으로 저소득층보다 2배 이상 많다. 마지막으로 여가활동을 보면 휴식 활동을 제외한 모든 활동 유형(문화예술 관람, 스포츠 관람, 문화예술 참여, 스포츠 참여, 취미·오락, 관광, 사회 및 기타활동)을 해 본 경험자 비율이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서 2~4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간단히 말하면 저소득자는 고소득자보다 여가시간이 더 많지만 여가 비용은 훨씬 더 적고 휴식을 제외한 다른 여가활동에 고소득자보다 훨씬 덜 참여하고 있다. 즉 저소득자는 실업이나 불안정 고용으로 고소득자보다 노동시간이 짧아서 여가시간이 더 많지만, 여가 비용 수준과 여가활동 경험률은 더 낮다.
정부, 개인 여가생활 개입 장점은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경험과
다수 삶의 만족·행복감 높여주고
잘못된 놀이문화 발생 범죄 예방
분야별 뛰어난 인재 발굴 기회도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 발달로 인해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부터 노동시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여가시간은 증가해 왔다. 그런데 여가시간 증가가 항상 좋은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여가시간을 잘 사용해서 즐기도록 하는 여가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오히려 증가한 여가시간이 사회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미국 경제학자 티보르 스키토프스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미국에서 여가시간이 늘어나자 무료함을 극복하기 위해 청년의 폭력, 불법적 활동, 범죄 특히 마약 범죄가 늘어났다고 밝히며 여가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문화가 있는 날과 같이 정부가 개인 여가생활에 개입하는 것의 장점은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다양한 여가활동을 경험하는 기회를 늘려서 더욱 많은 사람들의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여가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잘못된 놀이문화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셋째,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여가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어 문화예술 및 스포츠 분야에서 뛰어난 자질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는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화창한 봄날, 문화가 있는 날이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하며 맘껏 즐기며 놀아보기를 권한다.
/이현서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