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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외수(1946~2022)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괜찮은 쉼터였다. 인생과 현실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상식의 허를 무너뜨리는 유쾌한 언어들, 그리고 흡인력이 강한 개성 넘치는 이야기로 위로와 함께 잔잔한 깨달음을 안겨주던 그가 떠났다. 병마를 훌훌 털어내고 일어나 예의 의표를 찌르는 입담과 문장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설 줄 알았는데, 그의 타개 소식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나무판자에서 이빨과 터럭이 난다고 하는 판치생모(板齒生毛)의 소식만큼 낯설다. 있을 때는 몰랐지만 서점에서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소설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서 오는 공백감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미디어에서 앞다퉈 나오는 작가 이외수의 뜨거운 부고 뉴스들도 생경하다. 어쩌면 그것은 독자들은 열광하고 주류담론과 평단은 침묵하는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독자적(獨自的) 작가요, 177만 팔로어를 가진 독보적 트통령(트위터의 대통령)이었다는 전기적 사실과의 부조화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낯섦과 이질성이야말로 이외수 문학이 자리를 잡고 있는 진짜 주소다. 현실과 선계(仙界)를 부지런히 오가며 장르 체계를 무너뜨렸던 그의 문학은 비주류문학이며, 천상병 시인·중광 스님과 함께 우리 시대의 기인이었다는 것이 작가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이외수는 기존의 문학상식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작가다. 그의 문학은 번번이 우리가 아는 장르 상식을 배신해왔다. 주가와 환율을 따지고 가릴 것을 가리며 철저한 계산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벽오금학도'의 오학동이나 '장외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월동의 이야기, 그리고 투병의 와중에 발표한 '자뻑은 나의 힘' 등은 우리의 인식을 무중력 상태로 빠뜨림으로써 질주하는 욕망과 현실의 논리를 멈춰 세우는 제동장치였다.

직업적 의무로 읽어왔던 나의 이외수 소설 읽기는 회고적 독서가 될 것이고, 작가 내외와 함께했던 한 번의 저녁식사는 이제 추억으로 남게 됐다. 1972년 등단 이후 계속해왔던 50년간의 그의 글쓰기 여정이 이제 멈춰 섰다. 우리는 새로운 그의 글과 더는 만날 수 없게 됐다. 우리가 언제 또 이런 개성 넘치는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우리시대의 글쟁이, 괴짜소설가로 기억될 작가 이외수의 영면을 기원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