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 소속의 한 직장운동경기부(실업팀)에서 발생한 감독의 갑질 의혹 등과 관련해 인천시체육회가 최근 결정한 징계(4월18일자 6면 보도=갑질 의혹 실업팀 감독 '출전정지 3개월')를 두고 체육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해당 팀의 선수들은 A감독이 새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일을 시키고, 선임 선수에게는 훈련 일정표를 만들어 오라고 하는 등 크고 작은 불합리한 지시가 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이와 함께 A감독의 강요로 백화점 상품권, 선글라스를 선물했다는 금품수수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인사위원회는 선수 스카우트 등 불합리한 지시를 한 갑질 의혹에 대해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고, A감독과 선수들 간 주장이 크게 엇갈려 해당 사안에 대해선 징계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감독이 선수들에게 구두로 한 재계약 등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과 전지훈련에 가서 개인 용무 차 다른 지역을 다녀온 점 등 양측의 주장이 일치한 내용에 한해 징계를 내렸다. 또 A감독이 2019년 B선수에게 30만원 상당의 선글라스를 받은 사실도 징계 대상이 됐다.
팀 선수들 '불합리 지시' 주장에
인사위 "입증 증거 충분치 않아"
출전정지는 '중징계' 해당되지만
선수들 훈련 등 감독과 마주해야
인사위원회가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A감독에게 내린 출전정지 징계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징계는 제명·해임·자격정지·출전정지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하지만 지역 체육계 일각에서는 A감독이 받은 출전정지 징계가 사실상 경징계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체육계의 한 인사는 "선수들이 제기한 A감독의 갑질 의혹은 지도자로서 중대한 결격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며 "선수는 자신의 징계까지 각오하고 금품(선글라스) 수수 사실까지 고백했다. 결과적으로 내부 고발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감독은 말 그대로 출전정지여서 선수들은 훈련 등에서 감독과 마주해야 한다.
당시 공정위는 오 전 코치의 선물 강요와 관련해 이를 고발한 선수들도 징계 대상이 되는 등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코치는 선물 강요 등을 포함한 갑질 의혹에 대해 '금품 수수'가 아닌 '체육인의 품위 훼손'으로 징계를 받았다.
선물 고백 선수도 징계 '형평성 논란'
A감독과 징계를 함께 받은 B선수는 "선수들이 소명한 부분이 축소돼 A감독에 대한 징계가 약하게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대한체육회 등에 추가로 문제 제기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나 역시 징계 당사자라서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B선수 등 해당 선수들은 이번 징계 결정을 부당하다고 여긴다면 시체육회나 대한체육회 등에 다시 조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인천시체육회 관계자는 "A감독이 받은 징계 수위는 재임용 등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금품 수수는 주고받는 사람 모두 처벌하는 '김영란법'을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