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원삼협의자조합 한상창 조합장
용인 원삼면 반도체클러스터 조성부지 일대 원주민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겠다며 이달 초 용인원삼협의자조합을 결성한 한상창 조합장. 2022.4.27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가 들어서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엔 청주 한씨 집성촌이 있다.

원삼초등학교 인근에서 무려 450년간 대대손손 터를 잡고 살아온 한씨 가문의 후손 한상창(55)씨는 산단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눈앞이 캄캄했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 때문이었다.

한씨는 "평생 농사만 짓고 살아온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땅을 빼앗기게 된 것 아닌가"라며 "우리 종중의 묘만 해도 현재 200~300기가 있다. 조상님 볼 면목이 없어질 것만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한씨는 2019년 원주민들과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 사업 추진 당시부터 사무국장을 맡아 전면에 나서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3년간 주민들의 권익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시대의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무작정 반대만을 외치는 건 한계가 있다고 판단,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주민들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씨는 "울고만 있을 순 없지 않나. 문제 제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때부터 그는 단순히 토지 보상금을 높이 책정해 한몫 챙기는 차원이 아닌, 주민들이 이후에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개발 이익의 일부분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실질적인 이주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3가지 합의 조항을 마련, 사업자와의 협상에 돌입했다.

지역민 피해 최소화 대책 마련 집중
23개 조항 합의… 토지 보상도 순조
원주민들 권익보호 멈추지 않을 것


기나긴 협상 과정도 지칠 일이었지만 한씨를 더 힘들게 한 건 따로 있었다. 사업자와 주민 간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했음에도 양쪽으로부터 모두 손가락질을 받게 된 점이다.

그는 "사업자 쪽엔 요주의 인물이자 눈엣가시로, 주민들에겐 배신자와 사기꾼으로 매도당했다"며 "심적으로 너무나 힘든 시기였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 분들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최근 그는 사업자 측과 23개 조항의 합의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토지 보상도 순조롭게 이뤄져 반도체 산단은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씨는 이달 초 용인원삼협의자조합을 결성, 계속해서 원주민 권익 보호에 앞장서겠다며 다시 한 번 총대를 멨다.

그는 "사업자와의 약속된 사항이 실제 지켜지도록 역할을 해야 하고, 아직 토지 보상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도 숙제로 남아 있다"며 "험난한 과정이겠지만 나의 몫이겠거니 하고 힘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