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 관련법 처리를 가열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과반의 국민 여론이 반대하고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가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우려하는데도 오불관언이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아무 생각 없이 합의했다 번복해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민심은 분노하는데 민주당은 신났고, 국민의힘은 무능하다.
검수완박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정략적 손익은 두고두고 사후 정산하면 된다. 하지만 검수완박 세상에서 살아야 할 국민의 손익은 제도시행과 동시에 확정된다. 당장 계산해야 맞다. 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의 회계 결과는 이견 없이 '검수완박=국민 손해'이다.
손해사정의 근거로 다양한 사례들이 거론된다. 검수완박이 되면 검사는 경찰이 넘긴 사건에 대해 사실상 보완수사가 불가능하다. 피의자의 여죄를 발견해도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동학대사건에서 성폭력 사실이 확인돼도 수사 못하고, 송치된 사기범의 살인이 밝혀져도 수사도 기소도 불가능하다. 수사지휘권도 없어졌으니 검사가 담당 경찰에게 추가 수사를 읍소해야 한단다. 범죄현장의 검찰과 인권변호사들의 주장이다. 정의는 합법적으로 지체되거나 증발한 것이다.
대법원은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한 검수완박법으로 재판이 무효가 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수사검사가 조금이라도 재판에 영향을 미치면 변호사들의 재판의 절차적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법정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지배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판이 될 수 있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검수완박)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힘 없고 빽 없는 국민들이 입는다"고 개탄한다.
27일 박병석 국회의장은 검수완박 법안 처리 의사를 밝혔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의사진행 저지에 나섰고,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국민투표 카드를 제시하는 등 막판 대소동을 벌였다. 대한변협은 오늘부터 악법 저지를 위해 사상 초유의 '시민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단다. 대검은 위헌심판 제기를 검토 중이다.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후유증으로 더욱 심각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박 의장이 마지막 순간까지 여론을 경청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문제해결을 위한 문재인, 윤석열 회동도 시도할 만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