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검수완박의 진짜 피해자가 국민인 바로 우리라는 점이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비결도 경찰력이었다. 당신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당신이 범죄의 피의자가 되었을 때 검찰과 경찰 중 누구의 수사를 받고 싶은가.
정권간 힘겨루기에 찬성파·반대파로 갈려
경찰로 수사권 이관땐 결국 국민들만 피해
중학생 때 이발관에서 옆자리 손님이 시계를 잃어버렸다. 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파출소 소장은 나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이발관에 주인과 손님 그리고 나뿐이라서 세 사람 중 훔쳐갈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감옥에 보낸다고 했다. 이러다 감옥에 갈 수 있겠구나 공포감이 밀려왔다. 경찰은 아버지를 불러내 자백시키도록 종용했다. 아버지도 의심하는 것 같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오후 내내 암흑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경찰이 슬그머니 나를 풀어주었다. 나중에 들었더니 그 손님의 옷에 그 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사과도 받지 못했다. 그때 검사가 시계 절도 수사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 후 변호사를 하면서 경찰의 법률지식 부족과 친소관계에 따라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거나 나처럼 억울하게 죄인으로 몰린 사건을 수없이 변호하게 되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검사에게 문서를 제출하여 사실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검수완박으로 경찰의 잘못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진다면 그 피해는 빽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경찰은 요리하기가 쉽다고 자랑삼아 얘기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문제가 생겨도 좀 집어주면 윗사람에게 전화 한번 하면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도 선진화되었다고 하지만 힘 있는 자들에게서 피해를 입은 서민들의 억울함은 속출할 것이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경찰로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검수완박이 현 정권의 방패막이, 정권 간의 힘겨루기로 여겨 국민들은 반대파와 찬성파로 갈라져 있지만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가면 결국 국민들만 심각한 피해를 볼 뿐이다. 두고 보라!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생겨날 것인지.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그 누가 통제한다는 말인가. 검사들이 통제할 때도 수사권 남용이 많았는데 그런 통제수단마저 없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수사권 남용 통제장치 없어 많은 문제 생길듯
인권, 스스로 지켜야한다는것 똑똑히 말해줘
검수완박 절충안을 선뜻 받아들인 '국민의힘'을 보면서 나는 새 정권의 방향을, 새 대통령의 의중을 읽게 된다. 그가 진정 국민을 위해 고심하는 대통령일까? 갑작스런 검수완박 절충안 동의에 국민들의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국민의힘은 서둘러 다시 반대하고 나섰고, 새 대통령은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다. 결국 국민들의 인권은 정치인이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이번 검수완박 사태가 똑똑히 말해주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도, 국회의 권한도, 검찰과 경찰의 권한도 견제 없이는 예외 없이 타락하고 만다. 국민들이 깨어있어야 대통령도 국회도, 검찰도 경찰도 바른길을 간다.
/윤학 변호사·흰물결아트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