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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대선이 끝난 지 2달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 사회의 퇴행현상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우리는 해방과 함께 독립된 공화국을 마련한 이래 고난한 민주화와 경제 성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 자리에 서 있다. 여전히 수많은 문제에 싸여 있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사회와 의미있는 삶을 위해 걸어가는 것이 시민으로서, 또 실존적 개인으로서 우리 각자가 지닌 삶의 목적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사회는 이런 모순과 한계가 힘을 쓰는 것일까. 아니 오히려 전반적으로 이 모든 것이 퇴행하는 현상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고대 사회가 공동체의 관심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위를 정치로 이해한데 비해 근대에서 형성된 시민 사회는 공적인 관심사를 정치와 사회라는 두 영역으로 분리했다. 그럼에도 이 두 영역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사실상 분리가 불가능하다. 어떤 경우라도 정치와 사회영역은 공동체를 보호함으로써 개인의 삶과 이해를 지켜내기 위해 존재한다. 이를 위해 정치와 사회는 공동체적 규범을 설정하고 이를 법의 이름으로 강제한다. 이 사회적 과정을 조율하기 위해 정치가 존재한다. 그러니 정치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사회 내 시민의 모든 것은 정치적이다. 일상적 사회 정치를 여의도 정치에서 분리시키려는 행위는 그들만의 특권을 독점하려는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까닭은 시민의 삶 모든 것이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합리성과 공동체적 정당성을 확고하게 이해하고 이를 위해 행동하는 것은 시민 사회에서 우리가 지켜야할 기본적 의무 가운데 하나다. 개인의 자유와 욕망은 공동체의 규범과 공동선의 이름으로 보호받으면서 또한 그 이름으로 제약되기도 한다. 고대 공화정을 수립한 로마인들은 공동체의 관심사(res publica)를 공동선과 법의 이름으로 지켜내고자 했다. 개인의 권리는 보호받지만, 그를 사적 욕망으로만 사용한다면 그 역시 공동체의 이름으로 처벌 받는다.  


촛불정권 공동체 정당성 철저 실패
인수위도 지키기 위한 정책 안보여
이 사회 욕망 충족만이 최선 돼버려


촛불 항거를 통해 시대적 과제의 해결을 위임받은 정권은 이점에서는 철저히 실패했다. 이 정권이 이룩한 수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적 과제 해결에 실패함으로써 그들이 이룩한 성과조차 빛이 바래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규범 설정과 함께, 이를 지켜낼 헌신과 규율이다. 수구 세력은 이점에서 가장 반시대적이며 반공동체적이다. 그들의 반사회적 행태를 개혁하지 못한 것은 이 정권이 시대적 과제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며 오히려 스스로 그 기득권에 편입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껍데기만 남은 검찰개혁으로 뒤늦은 시늉을 내지만 그조차 권력다툼으로 비쳐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사이 이미 사라졌어야할 수구 세력이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인수위의 정책 가운데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것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그들이 인선한 총리를 비롯한 장관 후보는 하나같이 온갖 탈법과 비법적 행태를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의혹이 차고 넘친다.

공동체위한 행동해야 삶·권리 가능
사회 보호 규범·공동선 지켜야 할때


근대 시민 사회는 개인의 규범을 제약하지 않은 대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원칙을 법과 정치의 영역으로 전환시켰다. 시민 각자는 규범의 자유와 함께 공동체적 규범을 지킬 의무를 지닌다. 법과 정치는 이를 제어하는 영역으로 자리한다. 그런데 이들이 공동체의 규범을 훼손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를 비판해야할 언론과 함께 법과 정치가 사적 욕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시민들조차 자본에의 욕망으로 들끓는다면 그 공동체는 파괴될 수밖에 없다. 모든 시대는 절제와 헌신의 덕목을 내세우지만, 유독 이 사회만 이를 비웃는다. 욕망 충족만이 최선이 되었다. 공정성과 능력주의는 사적 욕망을 위한 과정에서만 힘을 발휘한다. 이루기는 어렵지만 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의 일이다. 공동체 내의 모든 것이 정치적임을 깨달은 시민이 공동선을 위해 외치고 행동해야 한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나의 삶과 권리도 불가능하다. 공동체를 위한 규범을 상실한 사회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규범과 공동선을 지켜야 한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