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 해산은 의원 전원의 직위를 해제하는 것을 뜻한다. 내각 수반이 의회를 해산하면 곧바로 총선을 치르게 된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나 직을 잃을 위기에 놓인 총리가 정국전환을 위한 극약 처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대통령 중심제 국가도 의회 해산권을 부여한다.
의원들 자율 결의로 의회를 해산할 수도 있다. 자의해산(自意解散)이라 한다. 영국, 독일, 싱가포르, 스위스가 대표적이다. 효력을 가지려면 의회 재적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한때 재적 절반 이상 찬성으로 가능했으나 바이마르공화국 당시 나치당과 독일 공산당이 악용한 이후 각국의 요건이 강화됐다.
청와대 게시판에 '국회 해산'을 국민투표에 부쳐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즈음이다. 청원인은 올해 초 발족한 '공정과 상식을 위한 시민 행동' 상임대표들이다. 2일 오후 현재 동의자 수가 10만명을 넘었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최연장자를 바꿔치기하는 꼼수 사보임과 소속 의원 위장 탈당을 감행했다. 소수정당의 권리인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회기 쪼개기 수법을 동원했다. 후속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국무회의를 늦게 열거나 임시개최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거대 정당의 폐해가 이보다 적나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의장 중재안에 합의했다 파기하면서 명분도 실리도 잃게 됐다. 의원직 총사퇴 등 결기를 보여주지 못해 양비론의 빌미를 줬다.
검수완박 역풍이 거세다. 변호사단체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로 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도 위헌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113개 대학 캠퍼스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국민투표로 졸속입법을 막자는 목소리도 커진다.
1987년 6공화국 출범 이후 폐지된 국회 해산권을 들먹이는 건 생뚱하다. 유신헌법에 악용된 흑역사가 있다. 그런데 오죽하면 국회 해산을 들먹이겠느냐는 비판을 한다. 국회의원 특권을 박탈하자는 소리는 이미 오래전이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여의도는 성난 민심을 모른 체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