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긴급 수출입 상황 점검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트라에서 열린 긴급 수출입 상황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도시 봉쇄,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로 인한 국내 수출입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해 열렸다. 2022.5.2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 80% 이상이 공급망 문제로 크고 작은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물론 인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까지 나서 물류비 지원 등 수출기업 돕기에 나서고 있다.

35.6% 물류난 '애로 1순위' 응답
작은 업체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큰 업체는 '봉쇄' 수급 리스크 겪어


2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우리 기업의 대응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 1천94개(2021년도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5%가 공급망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문제를 겪고 있는 기업 중 35.6%는 물류난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으며 다음으로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27.8%), 특정지역 봉쇄로 인한 피해(16.9%), 공급량 감소로 물품 수급차질(11.8%)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특정 지역 봉쇄에 따른 수급 리스크를 많이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답한 기업 중 중소기업은 28.9%로 비중이 가장 컸고, 대기업은 21.1% 수준이었다. 특정지역 봉쇄로 인한 피해는 대기업이 18.8%, 중소기업은 16.7%로 나타났다.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경제단체 등도 우리 기업을 돕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는 인천시와 함께 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100개 기업에 물류비를 지원키로 했다.

이번 물류비 지원 사업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선박·항공기를 이용한 수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운임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화물 적재 공간이 부족하고, 예약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상의, 100개 기업 지원 나서


이에 인천상의는 올해 수출자가 부담하는 국제 운임, 현지 창고보관비, 내륙운송료 일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DHL, FEDEX, UPS 등 특송업체를 통해 소량화물을 보내면서 수출자가 물류비를 부담하는 경우도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서울 서초구 코트라에서 '긴급 수출입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각 사태별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모색했다. 이날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립국가연합(CIS) 등 주변 국가의 경제까지 침체될 경우 이로인한 파급 효과가 우리나라에까지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지난달 1∼25일 대(對)러시아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자동차는 97.3% 감소했고 자동차 부품과 철강은 각각 87.4%와 89.2% 줄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세계 각국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불안, 국제금리 상승, 개도국 경제불안 등 리스크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수출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호·정운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