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정(가명)씨와 남편, 지적 장애가 있는 두 아이가 함께 사는 이들 가족은 지난 1월 용인시 처인구의 한 신축 빌라로 이사했다. 이사한 집에는 햇빛이 드는 창문과 아이들을 위한 방이 있다. 화장실도 2개가 설치됐다.
소박한 주거지지만, 새집으로 이사 온 뒤 은정씨네 가족은 사는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어두웠던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기가 돌기 시작했고, 건강 상태도 크게 나아졌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부모들은 요즘 부쩍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가 친구들처럼 좋은 집에 살고 싶다고 할 때마다 마음이 정말 아팠어요. 악착같이 모아도 보증금 마련하기도 쉽지 않았고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거든요."
단칸방·장마철 꿉꿉한 빨래 냄새
지적장애 아들 유아용 변기 사용
악착같이 모아도 보증금 '까마득'
지난해 말까지 은정씨네 가족이 살던 곳은 지하 단칸방이다. 하천이 인근에 있던 터라 집안 곳곳 곰팡이가 생기는 일은 다반사였다.
화장실은 여러 세대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화장실 1개가 전부였다.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 태민군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은정씨는 어쩔 수 없이 방안에 유아용 변기를 가져다 놨다. 집 안에서 악취가 풍기는 일이 잦았다.
거실은 곧 주방이고, 안방이었다. 8평 남짓한 집에서 창고를 빼면 사실상 생활 공간은 단 하나였다. 여름 장마철이면 빨래한 옷에서 꿉꿉한 냄새도 풍겼다. 아이를 둔 4인 가족이 살기엔 턱없이 열악한 환경이었다.
은정씨 남편은 구안와사로 대인 기피증이 생겼다. 네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했던 은정씨는 매번 이사를 고민했지만, 번번이 비용 문제에 부딪혔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도움 요청
입주비용·생활 안정금 지원 받아
어두웠던 아이들 얼굴에도 '행복'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은정씨가 찾은 곳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다. 재단 경기지역본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매입 임대 입주에 필요한 자기 부담금 일부와 생활 안정지원금 등 총 800여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재단 아동 주거비 지원 사업 일환이다.
"아이가 쓸 수 있는 방, 햇빛이 들어오는 집. 누구에겐 당연한 거주 환경일지 몰라도, 저희에게 있어서는 삶이 바뀐 계기가 됐어요."
은정씨는 이사 한 뒤 아이들 각자 방이 생겼다고 한다. 은정씨는 "남매가 함께 생활하다가 이제는 각자 방을 갖게 됐다"며 "햇빛이 잘 드는 창가, 환풍 잘되는 거실까지 생겼다"고 수줍은 듯 웃어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정씨네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주말이면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한다는 은정씨네. 은정씨는 "새집을 구한 뒤 가족 모두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며 "어려운 처지에 홀로 고민하고 있는 가정이 있다면 꼭 용기 내 주변의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