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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
5년 전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헌법 절차에 따른 탄핵과 파면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 여파로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주권자의 일반의지에 의한 헌법 제1조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이론이 정치공간에서 그대로 실현되어 정권교체를 가져왔다. 그 정권이 닷새 후면 윤석열 정권과 임무를 교대한다.

문 정권 임기 초반의 적폐수사는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는 듣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구호는 실현되지 않았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은 검찰개혁이라는 문 정권의 공약과 맞물리면서 진영간의 극단적 대결을 가져오고 그 여파는 민주화 이후 최초로 10년 주기의 정권교체설을 무력화시켰다. 그 앙금은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을 닷새 앞둔 현재 새로운 양상의 진영 상호간의 대치로 구체화하고 있다. 문 정권과 윤 당선인의 '통합' '협치'는 정치적 수사로도 인용되지 않는다.

20대 대선의 표차가 불과 24만표였고, 대선 직후의 지방선거는 양측의 교착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지만 양쪽 정권의 행태는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차기 정권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반복해서 발신하고, 후임 정권은 현재 정권을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마지막 대통령'이라는 독설을 서슴지 않고 쏟아낸다.  


퇴임·후임 정권, 서로 비판 서슴없이 쏟아내
대통령 집무실·검수완박·인사청문회 격돌


신구 권력의 갈등이 이 정도로 첨예한 적은 없었다. 문 정부 초의 적폐수사의 잘 벼린 칼이 정권을 향하자 검찰권력은 악마의 상징이 됐고, 결국 정권의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는 상황을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아이러니'라고 표현했다. 2019년 이후의 정치상황은 구성의 치밀함이 내장된 한 편의 정치소설과 다름없다.

'지는 권력'과 '뜨는 권력'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갈등하고, 검수완박·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격돌한다. 마스크 해제 시점까지 정쟁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협치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통합은 내쳐졌다.

지방선거의 결과와 관계없이 국회는 압도적 다수의 야당이 지배할 것이다. 다당제 연립정부니 공동정부니 하는 것들은 모두 허언이다. '새로운 물결'을 창당하고 다당제로 '정치교체'를 약속한 대선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됐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rule by many)가 관철되는 체제이다. 이러한 다수 지배 민주주의는 항상 '다수의 횡포'(the tyranny of majority)를 걱정해야 했다. 토크빌도 우려했고 미국 헌법의 입안자들도 이를 걱정해 상하 양원제와 불합리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승자독식의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를 만들었다. '다수의 지배'라는 기본 원리의 대척에 '다수의 횡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모두가 공감하는 명제이다.

다수의 횡포로 다수결 민주주의 배제 시키고
양 진영, 숨 고르고 통합·협치 포기 말아야


그러나 여야 합의라는 것도 최선이 아니다. 검수완박에 관해 여야가 합의했던 중재안은 보수 진보는 물론이고 일반 중도층에게도 여야의 담합으로 비쳤다. 가덕도 신공항 역시 지난 대선과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야의 합작품 혐의를 배제할 수 없다. 합의제 민주주의 역시 민주주의의 환상에 불과하다. 다수의 횡포에 의한 다수결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여야 담합에 의한 사이비 합의제 민주주의 역시 배제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통합과 협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신구 권력이 교체되는 시기에 전방위로 충돌하는 양대 진영 정치가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물러나는 정권이 차지하는 의회권력과 들어서는 정권이 지배하는 행정권력 모두에게 자제와 절제의 규범이 필요하다. 특히 새 정권은 민심의 소재를 잘 살펴야 한다. 역대 모든 대통령 당선인도 윤 당선인보다 지지율이 높았다는 사실을 가벼이 보아 넘겨서는 안된다. 민심은 천심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