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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20대 여성중 35.1%가 채용 과정 중 차별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2022.5.3 /한국여성노동자회 제공

 

광주시에 살고있는 정모(23·여)씨는 지난 2020년 한 초·중등 종합학원의 수학 보조강사로 취직했다. 당시 학원에는 총 6명의 정규직 교원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남성이었고, 보조강사는 대학생 등 젊은 여성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에 정씨는 그만둔 정규 교원들의 자리를 대체해야만 했다. 근무시간도 사전 통보 없이 당일 오전에 변경되는 일이 허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측은 계약서에 시급 1만원이라는 내용만 명시돼 있다는 이유로 주휴수당은 주지 않았다. 정씨가 학원측에 주휴수당을 요구했지만 "주휴수당을 줄 바에는 정규 교원을 쓰고 말지"라는 핍박만 돌아왔다.

정씨는 "2년여간 근무하면서 임금은 아르바이트생만큼 주고 업무는 정규 강사처럼 부리고 있다. 동일 노동에 대해 동일 임금이 주어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고용시장에 여전한 성 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목소리가 정씨와 같은 MZ세대 여성들에게서 나왔다. 


경기도 90년대생 1485명 설문조사
2020년 임금도 남성의 67.7% 불과


3일 한국여성노동자회가 경기지역 90년대생 여성 1천4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94.9%는 '다니던 직장에서 자발적으로 퇴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퇴사 사유에 대해 74%는 '근로 여건 불만족'을 이유로 답했는데 '권위적, 성 차별적 조직 문화' 때문에 퇴사했다는 응답자도 15%에 이르렀다.

채용 과정에서도 35.1%는 성차별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력서를 제출할 때 성별 제한을 경험했던 경우는 34.7%(중복 응답)였고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을 겪었다는 경우도 33.4%였다. 57.6%는 여성을 거의 뽑지 않는 관행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임금에도 차이가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조사한 남녀 임금 통계에선 2020년 기준 여성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남성 노동자들의 6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여성노동자회는 고용시장에서의 성 차별적 요소를 개선하려면 성별 분리 통계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별 분리 통계는 각 분야에서 남성과 여성의 통계를 각각 조사한 것을 의미한다.

현황 파악부터 먼저 이뤄져야 정책 개선도 이끌어낼 수 있지만, 수년간 지자체에 성별 분리 통계 조사를 요구해도 묵묵부답이라는 게 수원여성노동자회측 주장이다.

오유진 수원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은 "MZ세대 여성들도 성 차별적 문화를 느끼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젠더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지역별로 성별 분리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성차별 없는 정책 추진을 위한 첫 단추를 빨리 끼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