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익스피어(1564~1616)의 4대 비극은 사실 정치드라마이며, 권력무상이야말로 작품 속에 숨겨진 진짜 주제다. 그의 작품은 반전이 있는 정교한 스토리와 구성, 의표를 찌르는 재담과 대사, 그리고 인생의 통찰을 담은 명언 등으로 특히 유명하다. '맥베스'는 그의 4대 비극의 하나로 권력의 무상함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마녀의 유혹에 넘어가 국왕 던컨을 살해하고 맥베스는 왕위에 오르나 곧바로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설상가상 도처에서 반란이 일어난다. 위기의 순간 맥베스는 마녀를 찾아가고, 버넘의 숲이 성을 공격하지 않는 한 안전할 것이며 여성으로부터 출생한 자는 결코 자신을 패퇴시킬 수 없으리라는 예언을 듣고 이런 불가능한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한다. 그러나 버넘 숲의 나뭇가지로 위장한 군대와 제왕절개로 태어난 맥더프에게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만다.
국왕을 살해하고 왕이 되나 죄책감과 반란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던 중 자신의 아내마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맥베스는 회한과 비통에 잠긴 채 다음과 같이 절규한다. "꺼져라! 꺼져버려라! 짧은 촛불 같은 인생이여!/인생이란 걸어 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무대에서 한동안 활개치고 안달하지만/곧 사라지는 배우와 같다/인생은 바보가 지껄이는 이야기/소음과 광기가 가득하지만/아무런 의미가 없다."
권력에 대한 욕망에 눈이 멀어 국왕을 암살하고 왕위에 오르나 곧바로 인생무상, 권력무상이라는 실상에 직면한다. 짧은 인생을 살며 허무주의와 염세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이런 무상의 도리를 알고 있어야 귀중한 인생의 시간을 불태워버리는 덧없는 욕망들을 이겨낼 수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진표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나 주말까지 무시로 날아드는 후보들의 선거문자공세에 시달렸다. 후보자들이야 애가 타겠지만, 원치 않는 문자폭탄을 받는 유권자들은 난감하다. 후보자들이 아무리 근사한 말과 현수막으로 포장해도 유권자들은 그것이 다 자신들의 영달을 위한 것임을 안다. 그리고 설사 당선된들 영광의 순간은 짧다. 잠시의 임기를 마치면 곧바로 자연인으로 돌아와야 한다. 권력무상이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경선 또는 정당후보자들께 '맥베스'같은 작품을 한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