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이 백령도에서 소하천정비사업을 하면서 수령이 50년이 넘은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지를 훼손해 섬 주민과 환경단체의 원성을 사고 있다.
3일 옹진군과 백령도 주민들에 따르면, 옹진군은 지난해 12월부터 백령도 오군포천 정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옹진군은 하천 인근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지에 있던 40여그루 중 20여그루를 벌목하고, 10여그루를 인근에 옮겨 심은 것으로 확인됐다.
옹진군, 오군포천 정비공사 진행
군락지 40여그루 중 20여그루 벌목
모감주나무는 초여름에 노란 꽃이 피는 나무로 산림청에서는 '희귀식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국내 주요 자생지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와 경북 포항시 남구 발산리, 전남 완도군 군외면 대문리 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백령도에 있는 모감주나무가 50년이 넘게 자생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지 중 가장 최북단에 있어 희소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다.
희귀식물로 분류돼 있어 담당 지자체인 옹진군의 관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정작 옹진군은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지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하천 공사를 이유로 나무 일부를 벌목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
최북단 자생 희귀식물 '희소가치'
하천 주변 나무, 산 중턱에 이식도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옹진군의 인식이 부족해 귀중한 생태 자원을 잃게 됐다고 지적한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국내 주요 자생지 대부분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는 것은 자생 군락지로서 이들 지역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하천 정비 공사를 진행하면서 자생 군락지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음에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생 군락지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어 "모감주나무는 이식에 부적합한 품종인데, 옹진군은 심지어 하천 옆에 서식하던 나무를 산 중턱에 옮겨 심었다"며 "이식한 나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리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옹진군 관계자는 "하천 정비 공사 과정에서 모감주나무를 베어낼 수밖에 없어 마을 주민들과 상의해 나무를 다른 곳에 옮겨 심게 됐다"며 "옮겨 심을 땅이 넓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건강한 나무를 선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