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어린이날 없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이어 갈 어린이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국제아동복지회의는 1925년에 6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는데 공교롭게도 북한 등 공산국가들이 이를 따랐다. 1954년 유엔총회가 정한 세계 어린이날인 11월 20일을 기념하는 나라도 많다.
그래도 우리한테는 5월5일이 어린이날로 제격이다. 온 국토가 연초록 어린 새싹으로 단장하는 신록의 계절은 어린이를 상징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소파 방정환이 새싹이 돋아나는 5월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한 때가 1922년이다. 나라는 잃었지만 어린이를 잃지 않으면 반드시 해방의 날이 올거라 믿었을 테다. 1961년 공포된 아동복지법에 따라 어린이날은 5월5일로 변경됐고 1975년부터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오늘 100주년을 맞았다.
아이는 마을 전체가 키운다지만 요즘 농촌엔 키울 아이들이 없다. 세계 최악의 출산율 때문이다. 2012년 48만5천여명이던 신생아 숫자가 지난해엔 26만3천여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지방에선 초등학교들이 줄지어 폐교하고 마을은 소멸될 위기에 몰렸다. 아이들 없이는 미래도 없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들이다.
이렇게 소중한 어린이들을 국가와 사회가 잘 보호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2020 아동학대 주요통계'(보건복지부)를 보면 아동학대사건이 2016년 1만8천700건에서 2020년 3만905건으로, 아동성착취물 유포 등의 범죄 피의자는 2018년 1천143명에서 2020년 2천851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단다.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 장려금, 육아휴직, 보육예산을 쏟아붓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로 믿기 힘들다.
100년전 식민지 시절 방정환에게 어린이가 해방 조국을 품은 씨앗이었다면, 지금 우리에게 어린이는 대한민국을 존속시킬 뿌리이다. 지금 어린이들은 자기들보다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어른들을 부양해야 할 미래의 고난세대이다. 지금부터라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어린 생명 하나 하나를 신줏단지 모시듯 정성을 다해야 맞다. 어린이를 찾아보기 힘든 어린이날 100주년이다. 이젠 오늘만 어린이날이 아니라 365일을 어린이날로 생각하며 살아야 할테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