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어린이날을 맞는 경기도의 어린이는 요즘 행복할까. 경기도에서 어린이로 산다는 것, 그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훗날 어떤 유년으로 기억될까.
놀시간 없어… 맞벌이 부모님 야속
초등 고학년 '갈만한 장소'도 적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8살 지후는 학교가 끝나면 학원 차를 타고 학원으로 간다. 맞벌이 가정이라 어쩔 수 없다. 부모님이 올 때까지 지후는 돌봄교실과 학원 등을 떠돌다 저녁 6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온다. 집에 오자마자 지후는 신발도 벗지 않고 가방만 던져둔 채 엄마 아빠를 채근한다. 놀이터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입학 초인 3월에는 해가 짧아 6시 넘어 놀이터에 가면 친구들이 없었는데, 해가 길어진 지금은 아직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까지 약 30분. 신나게 친구들과 뛰어놀았지만 해는 야속할 만큼 빨리 진다. 요즘 지후는 유치원 시절이 그립다. 그때 지후는 노는 게 일이었다.
11살 연지는 이제 놀이터가 시시하다. 하지만 여전히 친구들과의 약속은 늘 놀이터다. 놀이터 말고는 11살 아이들이 갈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다.
가끔 동네 도넛가게나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놀이를 할 수는 없다. 사설 키즈카페도 초등학교 고학년은 출입이 제한된 경우가 많고 갈 수 있다 해도 대부분 유아에 맞춰있어 놀 만한 것이 없다.
70%가 평일·주말 '시간 부족' 느껴
13~19세 여가활동 영상·게임 주류
핀란드, 프랑스, 독일 등 전세계 35개국 아동 약 12만명을 대상으로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를 시행한 결과, 한국 아동(만10세 기준)의 행복감은 31위다.
이 중 경기도 아동 삶의 질의 종합지수는 전국 17개 시도 중 10위다. 특히 항목 중엔 '주관적 행복감'과 '아동과의 관계'가 10위로 매우 낮고 '주거환경'은 14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반추했을 때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정도가 높은 것, 친구들과 관계를 생각할 때 '좋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아동이 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 조사의 결론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아동종합실태조사를 보면 2019년 기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아동이 70.2%였다. 2019년 경기도 사회조사에서 평일 및 주말의 바쁨 정도 및 시간 부족을 느끼는 경기도 아동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평일에 42.4%의 아이들이 '항상 바쁘다'고 답했고 주말에도 24.5%가 항상 바쁘다고 했다.
경기도 아이들이 놀지 못해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원인은 '시간부족'이 가장 컸고, '경제적 부담' '여가시설 부족'이 그 뒤를 이었다.
더욱 슬픈 것은 지난해 13~19세 아동의 여가활동을 통계청이 조사한 결과, '동영상 콘텐츠 시청'과 '컴퓨터 게임·인터넷 검색'이 가장 많은 반면 '관광활동'은 주말 기준 5%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 '관광활동'이 가장 높게 꼽혔다는 점이다. → 관련기사 3면([어린이날 100주년] 경기도 아동정책 어떻게 바뀌었나)
/공지영·신현정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