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5일 미추홀구 '틈 문화창작지대'에서는 '인천 영상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영상 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인천시의 첫 정책 시도였던 인천영상위원회 설립시기부터 현재까지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한 자리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진단과 평가를 요약하면 이렇다. 인천은 전국 최고 수준의 영상물 촬영도시고, 아시아에서 유일한 디아스포라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영화인이 활동하는 도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영상문화·산업의 거점은 없다는 것이 이날의 결론이었다. 영상문화·산업의 거점이 이미 구축된 타 지역의 경우 팬데믹 상황에서도, 뒷걸음치던 인천과 달리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다른 지역에 있는 촬영스튜디오나 교육센터 같은 '거점시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인천의 경우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만 존재할 뿐 이를 융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사업이 부재해 성장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결론이었다.
팬데믹은 기존 대면 문화를 위협하며 비대면으로의 전환을 강제했고, 집단체험도 개별체험으로 변화하게끔 했다. 이 과정에서 '영상(映像)'이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면 교육은 온라인 영상콘텐츠로 대체됐다. 극장업도 쇠퇴하며 영상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다변화됐고 OTT시장이 급성장했다. 또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이른바 'K-콘텐츠'가 세계를 제패하는 모습도 우리는 목격했다. 여기서 우리는 영상 매체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점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영상 유통방식의 변화도 한동안 계속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는 'K-콘텐츠'의 위상도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감염병이 영상문화·산업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확인해주는 한편, 앞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는 영상산업을 길러내고 미래 인재 육성에도 힘써야 한다는 과제를 우리에게 안겨준 것이다.
인천은 개항장, 공항, 항만 등 풍부한 로케이션 자원과 이야깃거리도 넘쳐나는 도시다. 영상산업 육성·발전을 위한 정책도 지금 정도면 훌륭하다. 이를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이렇게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물리적으로 엮어낼 하드웨어가 없다는 점이 늘 아쉽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소프트웨어도 이를 실행할 하드웨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의 의지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인천에 산재한 공장과 폐관 위기의 단관극장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자동차와 발전기를 만들던 곳을 촬영 스튜디오로 바꿔 앞으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영화를 소비하기만 하던 폐관 위기의 단관극장을 미래 영상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허브로 바꾸면 어떨까. 그러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천시의 의지를 담아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이제는 적극적인 태도로 시대의 흐름에 맞고 인천이라는 지역에 맞는 영상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로드맵,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할 때다.
/이재승 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