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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엽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차장
'모감주나무'라는 나무가 있다. 6~7월이면 황금빛에 가까운 노란색 꽃을 피운다. 열매가 단단해 약재로 쓰이고 염주를 만들기도 해 '염주나무'라고 불린다. 풍요와 부를 상징하는 나무이므로 최근에는 가로수나 정원수 등으로 심는 경우가 많지만, 자생 군락지를 형성한 지역은 많지 않다. 국내 주요 자생 군락지인 충남 태안군 안면도와 경북 포항시 남구 발산리, 전남 완도군 군외면 대문리 등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지가 보호해야 할 생태자원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있는 국내 최북단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지가 훼손되는 일이 있었다. 옹진군이 자생 군락지 인근에 있는 오군포천 소하천 정비공사를 위해 20여 그루를 베어내고, 10여 그루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업무를 담당한 옹진군 건설과에서는 소하천 정비공사 과정에서 나무를 베어낼 수밖에 없어 마을 주민과 협의해 상태가 좋은 일부는 다른 곳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벌목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모감주나무 자생 군락지가 하천 정비로 인해 사라지게 된 이유는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옹진군 내의 녹지와 천연기념물 등을 관리하는 부서와 백령면에서는 이곳의 존재를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옹진군 건설과가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곳이 보호 대상인지를 관련 부서에 문의했지만, 보호가 필요한 특별한 나무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관리 대상이 아니므로 옹진군은 별도의 보호 대책 없이 공사를 시작한 셈이다.

게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모감주나무가 제대로 성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모감주나무가 이식에 부적합한 품종인 데다, 하천 옆에 있던 나무를 산 중턱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옹진군은 모감주나무의 특성에 맞는 관리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김주엽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차장 kjy86@kyeongin.com